'붕어빵 도시'는 이제 그만! 명품 도시로 리브랜딩하라

장훈 2024. 1. 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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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베스트 원'이 아닌 '온리 원'을 위한 <도시x리브랜딩>

[장훈 기자]

<도시X리브랜딩> 공동 저자인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와의 첫 만남은 2018년 연말이다. 그해 8월, 나는 인천광역시 브랜드담당관에 임명됐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과 충남도청에서 메시지와 홍보, 그리고 미디어 정책을 담당했던 경력이 임용의 주요 이유였다. 늘 해오던 대국민 소통 업무에 브랜드 총괄 업무가 추가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행정은 '팀플레이'다. 임용되자마자, 자문해 줄 만한 브랜드 최고 전문가를 물색했다. 

지인을 통해 적임자를 소개받았고, 단번에 박 교수의 열정과 식견에 반했다. 핵심을 찌르는 개념과 풍부한 사례 제시에 놀랐다. 당시 박사과정이던 그에게 공석이었던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 공모에 응해볼 것을 권했고, 합격한 뒤 2019년 초부터 함께 일할 수 있었다. 그의 합류는 인천시 도시브랜드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왜 전임 시장이 만든 슬로건을 바꾸지 않나요?' 인천시 브랜드 총괄 책임자로서 시의회에 섰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질문이기도 했고, 정치적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 변경은 기존 조례상 불가하기도 했지만, 도시 브랜드가 새로운 시장 임기에 따라 매번 바뀌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 
 
 2023년 12월 20일에 출간된 책 <도시×리브랜딩>(오마이북, 박상희·이한기·이광호).
ⓒ 오마이북
이를 당시 박남춘 시장께 직접 보고하고, 시의회에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다행히 모두 이해해 주셨지만, 이 결정이 정말 옳은지에 대한 확신은 솔직히 좀 부족했다. 이후 인천시청에 합류한 박상희 팀장은 명쾌했다. 브랜드의 원리와 체계 등 해박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나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다. 당시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가 이 책 <도시X리브랜딩>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도시 브랜드는 개발과 확산까지 큰 비용이 들고, 시민이나 관광객, 투자자에게 익숙해지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렇기에 도시 브랜드는 도시의 차별화된 특징을 함축적이고 쉽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 번 정해지면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59~60쪽)

박상희 교수가 이끈 브랜드팀은 당시 설계 수준이던 인천의 도시 브랜드 추진 전략을 구체적 실행으로 속도를 올리며 풍성한 성과를 일궈내기 시작했다. <도시X리브랜딩>에 거론됐던 인천의 많은 사례가 바로 그가 기획하고 추진해서 거둬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붕어빵 도시'들이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기업 브랜딩과 도시 브랜딩은 차이가 있다. '목표와 타깃'이 복잡하고, 소유주의 차이도 분명하다. 또한, 성과 측정도 어렵다."(33~36쪽)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 브랜드 전략을 만들고 싶어도 한계에 부딪히고, '붕어빵 도시'들이 양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함께 극복해보고자 머리를 맞댔다. 뉴욕, 포르투, 암스테르담, 베를린 등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 도시를 목표로 작은 벽돌이라도 한 장 한 장 정성껏 쌓아나가고자 했다. 박 팀장은 매주 회의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왔고, 실행 계획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부서장으로서 나의 역할은 브랜드팀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었다. 

특히, 언론(미디어)과의 협업은 브랜드 확산을 위해 매우 중요했다. 나는 이한기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것이 박상희 교수와 이한기 기자가 만나는 계기가 됐다. 이한기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천시청 출입 기자였다. 보도자료를 통한 스트레이트성 사건·사고 기사보다는 인천의 볼거리, 먹거리, 역사, 일상 스토리 등에 더 관심이 컸다. 인천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부지런한 취재력으로 잘 담아냈다. 
 
 2019년 8월 22일 밤 인천 정서진의 노을종에서 세계 최초 언플러그드(unplugged) 콘서트를 열었다.
ⓒ 인천시
인터넷 매체 특성상 지면 분량의 제한 없이 풍성하게 내용을 담았고, 유튜브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까지 시도했다. 인천의 도시 브랜드 콘텐츠 확산을 위한 협업에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는 없었고, 박상희 팀장과 만남부터 찰떡 호흡을 보여주었다. 기자로서뿐만 아니라 공동 기획자로 함께 참여해 주었다. 도시 브랜드는 좋은 기획자와 전문가, 그리고 행정가와 시민, 언론 등이 함께 만들어가는 종합 예술이다. 

"도시의 비전을 담은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홍보하는 것만으로 도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도시의 비전에 공감할 수 있는 시민참여 캠페인, 시민을 포함한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도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40쪽) 

인천을 인천답게 만들기 위해, 행정과 시민, 학계와 언론을 잇는 활동을 전개했다. 공간과 역사, 스토리와 시민의 삶을 소재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당시 박남춘 시장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상희 팀장과 이한기 기자의 인천 도시 브랜드 비전에 관한 관심과 소통이 원활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지자체·기업·단체·개인에게 좋은 '브랜드 지침서'

내가 인천시청을 그만둔 이후에도 그 두 사람의 협업은 계속됐다. 도시 브랜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과 다양한 사례에 관한 탐구는 이어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도시X리브랜딩>이라는 책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왔다. '미래의 도시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내는 교훈을 얻고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물이다. 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 수고를 느낄 수 있었고, 함께 일했던 기억과 치열하게 나눴던 토론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

나는 서울시를 거쳐 한국수자원공사 홍보실장으로 일하게 되었고, 박상희 팀장은 경희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되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기업이었지만, 브랜드 차원에서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 국민은 여전히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혼동하고 있었으며, 영문명 브랜드 Kwater의 활용도에 대해서도 정립이 쉽지 않았다.
 
 지난 11월 1일 인천시와 인천테크노파크 공동 주최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19 인천국제디자인포럼'에 참석한 박상희 인천시 브랜드전략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인천시
홍보실장으로서 홍보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브랜드 분과에 박상희 교수를 초빙하여 자문을 구했다. 임원 회의에서 브랜드 경영의 필요성과 실천 방향을 발표하고 브랜드 혁신 용역까지 추진하였지만, 퇴직 이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브랜딩을 이름 정도만 새로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때, 이 책 <도시X리브랜딩>이 출간되었더라면 임·직원 설득에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도시X리브랜딩>에 나오는 많은 사례는 그저 도시 행정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박상희 교수는 기업 브랜딩 현장 경험을 통해 도시 브랜딩의 개념을 정리하고 확장시켰다. 역으로 이 말은, 책에 나오는 성공한 도시 브랜드 사례의 기본 원리를 톺아본다면 기업에도 단체에도 또한 개인에게도 좋은 브랜드 지침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력 높은 개인 브랜드를 가지고 싶다면, 좋은 기업 브랜드가 필요하다면, 시민이 자부심을 느끼고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는 도시 브랜드를 원한다면, 자신 있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도시를 그 도시답게, 기업을 그 기업답게, 사람을 그 사람답게'... 지금은 브랜딩 경쟁 시대다. '붕어빵 브랜드'는 이제 그만! 당신만의 명품 브랜딩에 도전하라. 이 책이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훈은 GR코리아 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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