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poll]①한은, 8연속 금리동결 전망…3분기에 인하할 듯
태영건설發 부동산 PF 불안 문제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진 않아
한국은행이 오는 11일 열리는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8연속' 동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3%를 웃돌고 있는 데다 실물경기가 나쁘지 않아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태영건설의 위기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문제도 아직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진단됐다. 빠른 기준금리 인하가 오히려 가계부채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은 오는 2분기, 한국은 3분기를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앞서나가는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경제 전문가 21명 전원 "이달 기준금리 동결 전망"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은행·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등 21명을 대상으로 지난 3~5일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이달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가하는 가계부채는 물론 높은 물가 문제로 현재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대의 물가상승률과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수출 회복세 등을 고려할 때 1분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안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미국의 정책 전환을 충분히 확인하고 움직일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며 "상반기까지는 국내 성장이 수출 중심으로 양호하고, 물가도 2%대 중반이 예상돼 실제 금리 인하는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한은도 최근 여러 차례 "누적된 비용 압력 등 탓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도 "물가가 비교적 빠르게 떨어지고 있으나 실물경기 흐름이 분야별로 엇갈리는 흐름을 나타내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며 "여기에 더해 빠른 금리 인하 시 인플레이션의 재확산 우려와 함께 환율 급등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1분기에는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목표를 상회하는 물가상승세를 기록 중"이라며 "가계부채 리스크 등 금융 안정 목표를 고려할 경우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PF 문제가 아직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지지 않은 데다 경기 역시 아직 나쁘지 않아 한은이 미국보다 기준금리를 먼저 인하해야 할 필요성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문제가 국가적 시스템 문제로 이어졌거나 경기가 전체적으로 침체로 돌입하는 등 한국이 먼저 인하해야만 하는 고유한 이유가 부재하다"며 "오히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총선 전까지 정책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이달 기준금리 동결, 2분기 기준금리 인하 예상
미국 역시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데 21명 전문가의 의견이 100% 일치했다.
윤 연구원은 "추가 물가 위험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Fed는 당분간 금리를 동결한 상태로 경기, 물가 데이터를 통해 향후 불확실성 요인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21명의 전문가 가운데 16명이 2분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고 4명은 오는 3분기를 전망했다. 1명은 시기 예측이 어렵다고 답했다.
Fed가 한동안은 경기와 물가지표를 체크한 후 2분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 둔화가 가시화되는 오는 5월께에는 Fed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오석태 SG증권 본부장은 "미국의 경기둔화 신호가 본격화되는 2분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너무 빠르게 반영되는 것에 대한 경계감도 보였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들의 완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도 Fed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더욱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면서도 "경기, 금융 안정 리스크가 확대되는 구간에서 통화정책 완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 파트장은 "미국은 예상보다 빠른 피벗(pivot·방향 전환) 기대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하고 오는 3월 인하 기대까지 반영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물가안정 구간을 예상할 때 적어도 3분기는 돼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준금리 인하는 3분기 이후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작 시점은 오는 3분기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21명의 응답자 중에서 16명이 올해 3분기에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고 3명이 2분기, 1분기와 4분기가 각각 1명씩이었다.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한은이 원하는 수준까지 내려오기 어렵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봐야 해서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기조와 부동산 PF 관련 여파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오는 6월 Fed의 금리 인하 이후 7월에 한은의 금리 인하 단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국내 물가 안정세 및 하반기 미국 금리 인하 시작 등으로 하반기를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2분기 금리 인하를 전망한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가 물가 안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인 동시에 경기 여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경제 금통위 폴에 응답한 전문가(21명)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위원,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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