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놀이처럼 자유롭게...숨겨진 예술 감성 깨워봐요
프랑스 출신 창의 예술가 에르베 튈레는 어떤 고정된 방식이나 태도, 예쁜 그림, 잘 그리는 그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각각의 사람들이 평소 접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놀이처럼 자유롭게 표현하면 그것이 예술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미술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와 그림책 작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세계 곳곳 미술관에서 열었던 예술 창작 놀이를 통해 이러한 자기 생각을 실천에 옮기고 있죠. 창작 과정에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작업하거나, 일반인과 함께하는 단체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등 독창적이면서도 색다른 방식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7년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미술 교육책을 출간했고, 놀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미술책 시리즈 『색색깔깔』 『책놀이 Un livre』 등을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간해 어린이 그림책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기도 해요. 독창적 작품 창작과 색다른 도전을 이어가며 세계적인 미술관들의 초청을 받아 창의예술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에르베 튈레展 색색깔깔 뮤지엄’에서 에르베 튈레 작품의 핵심을 이루는 선(Line)·동그라미(Dot)·낙서(Scribble)·얼룩(Stain) 등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구성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모양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과 모두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작가의 주장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죠. 전시 기념 방한 이벤트로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어요. 창의적 예술체험프로그램인 작가와의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는데 관람객들은 직접 창작자가 돼 상상하고 작품을 만들며 완성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죠.
전시에서는 미국 뉴욕, 이탈리아에서 전시된 초대형 원화작품과 함께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감성과 감각을 활용하여 체험할 수 있는 복합 예술작품도 선보입니다. 그림책이 현대미술과 만나 독창적으로 구현된 작가의 공간 및 미디어아트 공간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과 오브제, 영상작품 등이 전시되죠. 신발을 벗고 들어가 그의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어요. 그림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수동적 전시가 아닌, 뛰놀고 쉬다가 책도 읽을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죠.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귀여운 환영 인사 낙서와 함께 그의 자화상, 콜라주, 초현실주의, 패션계에서의 원화 등을 볼 수 있어요. 현재의 동화 일러스트와는 사뭇 다른 어두운 분위기와 다른 장르와 다양한 소재들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시도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전시에는 흔히 말하는 어려운 게 없죠. 동그라미·선·얼룩·낙서가 뭉쳐져 있기도 하고, 흩어져 있기도 하며, 또 특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기도 합니다. 하나하나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형태 자체를 보고 느끼는 것이 이 전시를 즐기는 방법이에요.
어린아이들과 함께하는 창작 예술 워크숍에서 나온 작품들을 소개하는 워크숍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실수로 엎은 물감 통이나 시키는 대로 참여하지 않아서 생긴 작업물 또는 얼룩 등도 모두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써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작품은 원색적인 색을 많이 사용했는데 에르베 튈레 또한 이런 원색적인 색감을 많이 사용하여 아이들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아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의 일은 노는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서만 배운다.”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맨손·맨발로 물감을 바르고 던지고 만지며 미술을 노는 것으로 받아들이죠. 노는 것에는 실수란 없어요. 실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망치지 않죠. 오히려 낙서·얼룩·점·엉망진창 된 것들이 모여 전체가 되고, 그 전체를 채운 공간은 곧 예술이 됩니다.
플라워 필드도 인상적인데, 플라워 필드는 그가 물감 얼룩이 묻은 의상을 입고 메가폰을 들고 진행한 워크숍의 이름이자 작품명이기도 합니다.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0명까지 모아 워크숍을 열고 모두가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자리를 가졌죠. 평면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물감으로 그리고, 꽃을 그린 모습도 군데군데 볼 수 있었어요. 마치 내가 꽃밭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혹시 아이들만을 위한 전시가 아닐까 의심이 들지만 작품들은 창의적이고 독특하며 향수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어 아이들에겐 창의력을, 어른들에겐 동심을 불러일으켜요. 전시기획사 ㈜아트센터이다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관람객들과, 혹은 관람객끼리 서로 예술로 소통하고 감춰진 예술 감성을 함께 깨워봤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전시장 내 책놀이공간에선 구연동화, 미디어 공간에서 나만의 패턴 창작해보기 등 무료 체험도 마련됐죠. 온 가족이 창작자가 되어 상상하고 작품을 만들며 완성하는 과정을 만끽해보세요.
■ 에르베 튈레展 색색깔깔 뮤지엄
「 기간 3월 3일(일)까지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2만원, 청소년·어린이 1만5000원
」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아트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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