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SD 입단, 한국인 직원의 도움 있었다…"직구보다 커브로 어필했죠"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이 고우석의 커브에 대처하지 못하는 부분에 주목했고, 선수를 소개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어필했다."
남궁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아시아 지역 담당 스카우트는 최근 누구보다 기쁘게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했다. 구단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고우석을 영입하면서 김하성에 이어 팀에 '코리안 빅리거'가 한 명 더 늘어났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한국 시간으로 고우석의 포스팅 마감 시한을 이틀 남겨두고 영입과 관련된 구단 화상 회의에 참여했다"며 "고우석은 메이저리그에서 미국 야구 문화를 배우고 적응을 잘한다면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것 같았다. 김하성과 함께 뛰게 되는 부분이 두 사람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지난 4일 샌디에이고와 2년 총액 450만 달러(약 59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2024년과 2025년 연봉은 각각 175만 달러, 225만 달러로 상호 옵션 실행 시 고우석은 2026년 연봉 300만 달러를 받는다.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고우석은 바이아웃 금액 50만 달러를 수령한다. 2024~2026년 인센티브 금액까지 포함하면 최대 94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고우석은 지난 6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내가 '메이저리거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조금 성급한 면이 있는 것 같다"며 "뭔가 나의 능력을 보여줘야 진짜 메이저리거라고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고우석의 2023년 커리어 로우, 메이저리그 도전에 큰 장벽은 아니었다
고우석은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직후 예상치 못했던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 의사를 밝혔다. 2019 시즌 LG의 마무리 투수 자리를 꿰찬 뒤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2023 시즌 성적이 좋지 못했던 까닭에 포스팅 신청 자체가 의외였다.
고우석은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대회 개막 직전 담 증세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KBO 정규시즌에서는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아쉬움을 남겼다. 2022 시즌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로 구원왕 타이틀을 따냈던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고우석의 2023 시즌 성적은 전체적인 계약 규모를 더 키우지 못한 요인이 됐다. 하지만 고우석은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돼 있었고 지난해 주춤했던 모습은 빅리그 진출에 큰 걸림돌은 되지 않았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에는 지난해 WBC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고우석도 이 부분은 감안이 됐다"며 "고우석은 대회 직전 부상도 있었고 시즌 중에도 부상을 겪었지만 복귀 후 자기 스피드를 회복해 정상적으로 힘 있는 공을 던졌던 게 메리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우석 입장에서는 지난해 건강하게 풀타임을 보냈다면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겠지만 나는 고우석의 장점을 구단에 꾸준히 어필했다"며 "고우석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이예랑 리코 스포츠 대표께서도 포스팅 과정에서 진행을 잘해주셨다"고 돌아봤다.
▲긴박했던 고우석 계약 순간, 샌디에이고가 늦게 나선 이유 있었다
고우석의 포스팅 의사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전달된 건 지난해 12월 4일(미국 동부시간 기준)이었다. 고우석은 30일 동안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혐상이 가능했지만 포스팅 마감일인 지난 3일(한국시간 기준 1월 4일 오전 7시)까지 계약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고우석은 가장 극적인 순간 낭보를 전해왔다. 포스팅 마감 시한 이틀을 남겨두고 샌디에이고와 계약 조건에서 합의를 이룬 뒤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샌디에이고가 다소 뒤늦게 고우석 영입에 뛰어든 데는 사연이 있다. 샌디에이고는 스토브리그 마운드 보강 우선 순위로 일본 프로야구 최고 마무리 투수였던 마쓰이 유키와의 계약을 먼저 추진했다.
1995년생인 좌완 마쓰이 유키는 2014년 라쿠덴 골든이글스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NPB 통산 10시즌, 501경기, 659⅔이닝, 25승 46패 236세이브 68홀드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2023 시즌 59경기 57⅓이닝 2승 3패 3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1.57로 커리어 하이를 찍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고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샌디에이고가 마쓰이를 품었다.
샌디에이고는 마쓰이 영입을 마친 이후 추가 전력 보강에 나섰다. 이미 남궁훈 스카우트를 통해 심도 있게 관찰 중이었던 고우석에게 접근했고 선수와 구단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우리 구단의 이번 비시즌 영입 기조는 마쓰이 유키를 먼저 끝낸 뒤 다른 후보들을 지켜보자는 것이었다"며 "마쓰이와 계약을 마치고 고우석과 연결됐는데 포스팅 마감을 이틀 남겨두고 있었을 때였다. 고우석이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가 연착된 게 변수였는데 이 부분은 나는 물론 구단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였기 때문에 많이 놀랐다"고 웃었다.
▲고우석의 직구보다 커브 어필, 샌디에이고 프런트 마음을 움직였다
고우석의 가장 큰 강점은 150km 중반대 강속구를 쉽게 뿌리는 점이다. 140km 후반대까지 스피드가 찍히는 컷 패스트볼과 140km 초반대 고속 슬라이더, 130km 중반대 낙차 큰 커브까지 변화구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고우석하면 '역시 직구'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남궁훈 스카우트는 고우석이 LG 시절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과 승부하는 모습만 집중적으로 지켜본 뒤 고우석 최고의 무기는 '커브'라는 결론을 내렸다.
샌디에이고 프런트에 고우석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올릴 때도 직구를 어필하기보다 커브의 가치가 더 높다고 강조했다. 고우석의 커브가 충분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A.J. 프렐러) 단장에게 고우석을 어필한 가장 큰 포인트가 커브라고 했다. 최근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은 100마일(약 160km)에 가까운 직구를 던진다. 고우석의 매력은 직구보다 커브에 있다고 봤다"며 "커브의 회전력을 데이터로 놓고 보면 타자를 잡아내기 더 좋을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고우석이 KBO에서 외국인 타자를 상대하는 것만 보는 기준이 있었다. 잘 치는 선수도 고우석의 변화구에 대처하지 못하는 걸 많이 봤다"며 "관련 영상을 편집해 구단에도 고우석이 KBO 외국인 타자에게 강한 걸 어필했다"고 돌아봤다.
▲LG의 대승적 희생과 염경엽 감독의 결단, 고맙고 감사했다
고우석은 2017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LG에서 7시즌을 뛰었다. 국가대표팀 차출을 합쳐 7년 연속 FA 등록일수를 모두 채웠지만 해외 진출은 구단 허락이 필요했다.
LG 입장에서는 팀의 핵심인 고우석의 해외 진출을 허락하는 게 내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예상 외로 순조롭게 상황이 흘러갔다. 구본능 구단주가 고우석이 원한다면 이적료 등 조건을 따지지 말고 보내주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
LG 구단 고위층은 물론 염경엽 감독도 고우석을 지원 사격했다. 염경엽 감독은 2021년 샌디에이고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아 샌디에이고 스카우트, 프런트와 인연이 있다.
남궁훈 스카우트는 "고우석 계약과 관련해 구단에 지속적으로 LG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만 데려올 수 있다고 했다. LG에서 'No'라고 하면 이뤄질 수 없는 계약이었다"며 "염경엽 감독님이 선수의 꿈을 막지 않는다는 그런 마음이 있으신 분이다. LG, 염경엽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남궁훈 스카우트 제공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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