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 주인 바뀌는 남양, ‘잃어버린 3년’ 메울 카드는?
한앤코·남양유업 “조속한 경영정상화 위해 최선”
신사업 본격 추진…이미지·수익성 회복이 관건
유업계 “향후 마땅한 매각 대상 찾기 어려울 것”
남양유업이 ‘60년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상실하기까지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반복됐지만 가장 큰 배경엔 기업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남양유업은 각종 악재로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갑질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남양유업은 폐쇄적인 지배구조 탓에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9년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마약 범죄 혐의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어 2020년도에는 댓글을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불가리스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 남양유업은 2021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를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고발했고, 경찰은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
홍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임하겠다 밝히고 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이후 백미당 등 외식사업부는 팔지 않겠다고 하고 오너 일가의 처우를 보장해주기로 한 점 등 한앤코가 여러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으로 없던 일로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반발한 한앤코가 계약대로 주식을 넘기라며 소송을 진행했는데, 1·2심 모두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변호사들이 양측 의사 표현을 전달하는 보조행위에 그치고 변호사가 스스로 의사를 결정한 적이 없으므로 쌍방을 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홍 회장 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주식매매계약은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피고(홍 회장 측)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며 판시하며 경영권 분쟁은 종결됐다. 이에 홍 회장은 일가가 맺은 회사 주식 전부를 한앤코에 양도하고 회사를 떠나야 한다.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한앤코는 앞으로 전문 경영인을 발탁해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그동안 비상경영체제로 김승언 대표가 이끌어 왔다.
지난 4일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과제는 소비자와의 신뢰회복을 통해 실추됐던 기업 이미지를 되찾고 신사업 발굴로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는 것이다. 또 한앤코와의 소송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정상 경영이 어려웠던 상황인 만큼 돌파구 마련도 중요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실추된 이미지가 문제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하고, 폭언한 사실 등이 알려지고, 2019년에는 홍 회장이 경쟁업체 제품의 안전성 등을 의심하는 비방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며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실적 회복도 과제로 남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80억원으로 집계됐다. 남양유업의 영업손실은 지난 2020년 767억원, 2021년 779억원, 2022년 868억원으로 매년 커져 해당 3년간의 누적 영업손실만 2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각종 부정이슈가 많은 회사지만, 전국민적 인지도를 가진 제품을 다수 생산하는 회사”라며 “홍 회장 일가와 분리해 이미지 개선에 나선다면 충분히 소비자들로부터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앤코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홍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흔적을 지우고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작업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현재 임신육아교실 행사, 대리점과 상생을 위한 각종 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원유·분유 등의 기업간거래(B2B) 납품을 늘리고 해외 진출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더불어 경영권 분쟁으로 경쟁 업체보다 뒤처진 건강기능식품, 외식사업 등의 신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회장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매각키로 하면서,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내부 직원들은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통상 사모펀드는 인수합병시장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경영효율화를 꾀해 기업 가치를 단기간에 높인 후 되팔아 고수익을 실현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이러한 경영효율화 과정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이 수반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한 후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을 시행해 기업가치를 키워 인수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재매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 수도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업계서는 엑시트까지 5~7년 주기를 본다.
이후 경영 정상화 됐을 때 매각이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유업계는 저출산 문제 등으로 인해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외식사업과의 시너지도 크지 않아 결국엔 기존 유업체가 인수해 규모의 경제로 나가는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단기 성과와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특유의 경영방식을 감안하면 과감한 전략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유업계 전반적으로 저출산 등으로 장래성이 좋지 않은 데다, 원부자재 및 물류비를 비롯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어 향후 새 주인이 빨리 나타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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