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M&A 자금력 넘쳐나지만…여기도 저기도 '계륵'

부광우 2024. 1.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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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 여력 지표 상 여유 많고
非은행 인수 의지도 강하지만
살만한 매물 부재에 '공회전'
서울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와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수 있는 출자 여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자본력만으로도 규제 마지노선을 넘지 않으면서 최대 8조원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란 추산이다.

임종룡 회장도 이를 기반으로 비(非)은행 계열사 M&A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기 힘든 계륵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회전만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들의 평균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10.7%로 집계됐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사의 무리한 외형 확장을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재무구조 평가 항목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금융지주가 출자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130% 미만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95.9%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 대에 머물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른 금융그룹들의 해당 비율은 ▲하나·농협금융 118.6% ▲신한금융 115.8% ▲KB금융 104.8% 등으로 우리금융을 크게 웃돌았다.

5대 금융그룹 이중레버리지비율.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낮다는 건 사업 확장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의 여유가 비교적 크다는 의미다. 이중레버리지비율만 놓고 보면 8조원 이상의 추가 출자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에 대한 출자 총액을 자본으로 나눠 산출한다. 조사 대상 시점 우리금융의 자본은 24조1737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 상한선인 130%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로 가능한 자회사 출자액은 31조4258억원이다. 그런데 우리금융의 자회사 출자액은 이보다 8조2553억원이나 적은 23조1705억원에 그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이런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계속돼 왔다. 지주사 간판을 달고는 있지만, 우리카드 정도를 제외하면 증권사나 보험사 등 별다른 비은행 자회사를 갖고 있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그룹들보다 은행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아 성장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임종룡 회장이 새 수장이 되면서 우리금융의 M&A는 급물살을 탈 것처럼 보였다. 임 회장은 취입 직후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사들일 만한 매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최우선으로 주력했던 증권사가 대표적이다. 유안타증권 정도가 인수 대상으로 점쳐졌지만, 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당분간은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과거에 매각했던 우리투자증권이 업계 최상위권 증권사인 NH투자증권으로 성장한 현실까지 감안하면 더욱 성에 차는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려운 입장이다.

보험사도 당장 손을 대기에는 마땅한 매물이 없는 실정이다. 앞서 신한금융이 옛 오렌지라이프생명을,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가져가면서 M&A에 나설 만한 대형 보험사는 없는 상황이다. KDB생명과 MG손해보험 등이 M&A 시장에 나와 있지만, 부실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곳들이란 점은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다.

카드 부문도 사정이 애매하다. 우리카드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업계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카드사 인수를 검토해 볼만하다. 그런데 사실상 유일한 M&A 매물인 롯데카드가 수조원 대의 몸값을 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 중인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적정가로 3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더 이상 입맛에 맞는 M&A 매물만 기다릴 때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사의 사업 구조적 측면에서는 증권사가, 실적 개선 효과에서는 보험사가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오래도록 은행 외에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우리금융으로서는 적당한 가격이 나온다면 어떤 종류의 매물이든 일단 품에 안고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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