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전화도 먼저 안 끊는다"...'싸움닭' 한동훈 달라졌어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화해·겸손’ 모드를 선보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검투사’ 장관이었지만, 정치 입문을 계기로 정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색적 野 비난 ‘잠시 멈춤’
비대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급격히 부드러워졌다. 법무부장관 시절 “중대범죄 혐의자”로 규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웃는 얼굴로 예방한 게 시작이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절대로, 절대로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정치적 쇼’로 규정짓는 강성지지자층에겐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야권에 손을 뻗는 듯한 발언도 많았다. 한 위원장은 4일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어떤 이슈에서는 오른쪽에 정답을 낼 것이고, 어떤 이슈에서는 왼쪽에서 정답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화합·공감 정신을 거론하며 “국민의힘과 저는 바로 그 마음으로 호남에서도 영남에서도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6일 행사장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한 위원장의 인사를 피했다는 ‘패싱’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김 여사가) 저를 모르셨을 수도 있다”며 “여사님을 다음에 또 뵈면 제가 더 잘 인사드리겠다”고 반응했다.
與 내부 호응…“전화도 먼저 안 끊어”
국민의힘 내부 시선은 나쁘지 않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일 대구·경북(TK)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을 일주일 모셔보니 정말 겸손한 사람”이라며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기본 매너가 몸에 배어있다”고 추켜세웠다.
지도부 소속 초선 의원도 7일 통화에서 “한 위원장은 누구랑 통화하든 절대 전화를 먼저 끊는 일이 없다”며 “(지난달 29일) 비대위원 임명장 수여식 때도 한 위원장이 일일이 먼저 다가가 허리 굽혀 인사한 게 회자됐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에도 술을 멀리하고 역사·철학·문화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특수부에서 가장 세련된 남자’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누구보다 선명한 파이터 기질로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그가 돌연 신사적 면모를 과시하는 건 ‘중도 공략’이라는 정치적 목적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중도층을 10명으로 봤을 때 이번 총선은 ‘투표장에 가는 7명 중 누가 4명의 마음을 가져오느냐’의 싸움”이라면서 “이들은 편협하지 않은 정치인을 원한다. 한 위원장이 유연하고 실용적인 면모를 내세우는 건 무당층·수도권·2030·MZ세대·여성의 민심을 얻기 위한 궤도 수정”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중도층 요구가 큰 이슈에는 한 위원장이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민주당보다 한발 앞선 공천 제도 개혁이나 현역 물갈이 등 확실한 개혁 행보를 보여줘야만 한동훈 비대위가 진정한 중도 확장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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