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서 갓 구운 빵 냄새"...드론 급한 러, 빵집까지 동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무기로 떠오른 무인기(드론) 생산을 위해 러시아가 앞으로 7년 동안 드론 산업 확충에 총 1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드론 생산에 나선 제과 공장을 국영 매체들이 부각하는 등 민간 분야의 드론 분야 진출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400㎞ 떨어진 탐보프 제과점이 소유한 빵 공장에서 빵과 함께 드론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초부터 러시아 국영 매체들도 이 제과점이 드론을 생산 중이란 소식을 보도한 적 있다. FT는 "이 빵 공장은 전쟁이 러시아 경제를 지배하면서 무기 생산에 민간 산업체까지 참여시키려는 크렘린궁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아이콘이 됐다"고 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탐보프 제과점은 러시아군의 긴급 요청에 따라 지난해 2월 중국산 3D 프린터를 활용해 '베카스(Bekas)'로 불리는 소형 드론 제작을 시작했다. 무게는 3.5㎏로, 시속 65㎞로 비행하고 15분간 작동이 가능하다. 가격은 250~500달러(33만~66만원)다. 이 빵 공장에선 매달 약 250대 드론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러시아1은 지난해 10월 빵 공장을 직접 방문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갓 구운 빵과 함께 지나가는 드론을 보여줬다. 현장에 간 러시아 기자는 "상상할 수 있나? 이 드론에선 갓 구운 빵 냄새가 난다"고 전했다.
탐보프 제과점은 지난달 러시아 군수 물자 조달을 도운 혐의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제재 명단에 올랐다. 이로 인해 탐보프 제과점에 드론 부품을 공급하려는 외국 거래처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운영 규모가 작아 이 같은 제재 조치는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제과점 측은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뒤 드론 생산에 큰 영향은 없었고, 오히려 홍보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발레리 리아셴코 수석 드론 제작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이 공장에서 만든 크래커를 미 백악관과 미 재무부에 보냈다. 탐보프 제과점의 총 책임자인 유리 치체린도 "누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우리 빵 공장에 대해 이야기하겠냐"면서 "제재 목록에 오른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했다.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장에서 드론이 '가성비' 좋은 핵심 무기로 떠오르자, 러시아는 공격용 드론을 자체 제작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드론 생산량이 기존보다 16.8배 증가했다. 또 러시아군에서 3500명 이상이 FPV드론 운용 교육을 받고, 1700명이 그외 드론 운용 방법을 배웠다고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가 6일 전했다.
고무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드론을 군사 및 민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라고 지시하며 국책사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1부총리는 타스통신에 "오는 2030년까지 매년 3만2500대 드론을 생산하기 위해 6960억 루블(약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개전 이후 드론 개발과 자체 제작에 집중했지만 러시아의 물량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리 페도렌코 우크라이나군 사령관은 지난달 "최전선에서 우리 드론 1대당 러시아 드론 5~7대가 있다"면서 "우리는 목표물이 있을 때만 드론을 사용하지만, 러시아는 목표물을 찾기 위한 FPV드론과 공격용 드론 등을 함께 운용하며 우위에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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