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불명예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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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는 몇 년째 '우유 사진'이 종종 공유되곤 한다.
유서 깊은 남양유업 불매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남양유업은 2009년 경쟁사이던 매일유업 이유식 제품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며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을 겨냥한 허위·과장 광고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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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서는 몇 년째 ‘우유 사진’이 종종 공유되곤 한다. 인증샷 같은 걸까. 아니다. 대개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우유 제품 겉면 사진이다. 왜 우유 제품 사진 같은 걸 공유하는 걸까. 광고나 홍보 목적에서 공유하는 건가 싶지만, 이 또한 아니다. 우유 제품 사진으로 전하려는 것은 ‘정보’다. 제품 제조사를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다. 타깃은 ‘남양유업’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하나다.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성실하고 집요하게 남양유업 제품을 불매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오랫동안 ‘불매의 아이콘’으로 대표돼 왔다. 유서 깊은 남양유업 불매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남양유업은 2009년 경쟁사이던 매일유업 이유식 제품에 “사료용 재료를 넣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이때만 해도 ‘과열경쟁’ 정도로 해석됐다.
과열경쟁을 이듬해에도 벌였다. 2010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며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을 겨냥한 허위·과장 광고전을 펼쳤다. 커피믹스에 쓰인 카제인나트륨을 유해성분인 것처럼 광고해 7500만원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졸렬한 방식이었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시점은 2013년이었다. 경쟁사만 건드린 게 아니라 자영업자인 대리점주를 괴롭히면서다. 남양유업 본사 영업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고 물량을 떠넘기는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공분이 일었고,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그 여파로 남양유업은 매일유업에 실적에서 완전히 밀리게 됐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남양유업은 2020년 다시 ‘옛 버릇’을 꺼냈다. 일부 커뮤니티에 “매일유업 납품 목장 근처에 원전이 있는데 우유 성분이 의심된다”는 비방글이 등장했다. 남양유업 측에서 광고대행사 직원 등을 동원해 벌인 일이라는 게 밝혀졌다. “남양이 남양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4월, 남양유업이 또 선을 넘었다.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능이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면서다. 소비자들은 ‘극대노’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일련의 사건은 “일부 임직원의 일탈”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반복되자 사람들은 어떤 맥락을 읽어냈다. 일관된 방식으로 물의를 빚는 건 경영진 의지가 작동한 결과라고 봤다. 남양유업 문제는 그렇게 ‘오너리스크’로 수렴됐다. 2세 경영을 하던 홍 회장 일가가 2021년 남양유업 지분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에 처분키로 한 배경이 됐다.
이렇게 마무리됐다면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2024년 초까지 이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홍 회장은 3개월여 만에 변심했다. 주식을 양도하지 않겠다고 버티며 한앤코와 소송전을 벌였다. 지난 4일 대법원에서 홍 회장 일가의 패소를 확정 짓기까지 2년3개월의 시간을 더 끌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계속됐고, 적자 경영을 이어갔다.
회사가 오너리스크로 기울던 때, 홍 회장 일가는 연봉과 배당금을 차곡차곡 챙겨왔다. 마지막까지 회사를 일으켜보려는 마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고 홍두영 명예회장이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60년 만에 결국 사모펀드로 넘어가게 됐다. 홍 회장 일가는 바닥까지 보여주며 불명예 퇴장을 했다. 그 몰락을 보며 다른 2·3·4세 경영인들은 어떤 메시지를 읽었을까. 오너 경영을 하는 많은 기업에 반면교사가 됐기를 바란다.
문수정 산업2부 차장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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