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논란 진화에 급급한 공정위 ‘플랫폼법’
업계선 “국내 사업자 역차별 조장”
신고 의무에 신사업 위축 우려도
정치권도 “숙고 거쳐야” 부정기류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이른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국회 설득전’에 나섰다. 앞서 공정위가 여당과 관련 부처에 검토의견 요청과 함께 보낸 제정안 내용이 야당 법안과 유사하다는 점이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플랫폼법에서 사전 지정하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이 정성적 평가만으로도 지정이 가능한 ‘박의원 안’과 달리 객관적 기준을 갖췄다는 등의 구체적 내용을 내놨다.
7일 국민일보가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정위의 국회 대상 플랫폼법 관련 입장 설명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박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플랫폼 제재 법안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입장을 국회에 피력 중이다. 공정위는 자료에서 “박 의원안과 기본구조는 유사하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한 편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플랫폼법의 대상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는 요건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객관적 정량 기준으로 소수 수범자를 특정한 뒤 시장 경쟁 상황을 평가해 일부는 지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의원 안이 정성 요건만으로도 어떤 사업자든지 지정 가능하다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박 의원안의 경우 시가총액 30조원, 매출액 3조원, 이용자수 1000만명 등의 정량 조건이 포함됐다. 또 이들 정량 조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국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라고 보면 규율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박의원 안이 ‘정량적 요건+@’라면 공정위 안은 ‘정량적요건-@’인 셈이다.
공정위는 또 ‘최소 규제’ 원칙을 적용했다는 점도 다른 점이라고 강조한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내용만 포함됐다”면서 “박의원 안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 보다 다양한 내용을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산업 당국의 관점을 고려해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별도로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19일 소수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고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무분별한 사전 규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할 수 있다면서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IT업계에서는 공정위 법안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 지정하기 위해선 매출액 등의 기업 정보를 공정위가 모두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기업의 경우 정확한 매출 정보를 정부가 적시에 파악할 수 없어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이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못 하다간 ‘중국 플랫폼 활성화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은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규율대상은 국내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큰 독과점 플랫폼”이라면서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반칙행위에 대해서는 구별 없이 규율된다”고 반박했다. 경쟁법의 역외적용은 글로벌 표준이고, 공정위가 이미 구글 등 해외 빅테크에 대한 제재 집행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플랫폼법 제정 시 공정위 신고 의무가 생길 가능성이 커 IT기업들의 신사업 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기술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어떤 기업을 인수할 때도 공정위에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반칙행위를 차단해 자유로운 경쟁과 신규 진입 여건을 조성하는 게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고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맞섰다.
정치권에서도 공정위가 숙고를 거쳐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일방적인 제정 움직임은 플랫폼 생태계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곤 의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진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법 제정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지정 대상이나 제재 범위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 없이 법이 제정된다면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필 조민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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