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성과 보상 대세로 부상

한화 빼고 두산 등 나머지는 공시도 안해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9월 5일(현지시간)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 2023)를 찾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두다 대통령에게 3000t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의 잠항 능력 등 한화그룹 방산 기술력을 설명했다. 한화 제공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계열사로부터 최근 3년간 약 205억원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s·RSU)을 부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RSU는 근속 기간, 매출액 등 성과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말한다. 최장 10년 뒤 지급해 특정 시점이나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한인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보다 임원의 책임 경영과 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한다는 인식 때문에 성과 보상 제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한화에서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4차례 모두 26만5750주의 RSU를 받았다고 밝혔다. 평가 금액으로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약 65억원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19만8149주(평가액 71억원), 5만2229주(68억원)의 RSU를 받았다. 3개사 RSU 평가액만 205억원에 이른다. 한화그룹은 김 부회장의 RSU 행사 시점을 ‘부여일 10년 뒤’로 정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선 스톡옵션이 성과 보상의 ‘꽃’으로 여겨졌으나 단기 실적을 올린 뒤 주식을 파는 ‘먹튀’가 끊이지 않자, 대기업, 정보기술(IT) 기업들이 RSU를 잇따라 도입했다. 2020년 한화를 시작으로 두산, LS일렉트릭, 포스코퓨처엠 등 대기업이 속속 도입했다. 네이버, 쿠팡 등도 RSU를 활용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스톡옵션은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하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RSU는 장기 성과를 유도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RSU가 대주주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톡옵션은 대주주엔 줄 수 없고 발행 주식 수도 제한되지만, RSU는 관련 규정이 없다. 지급 절차도 간단하다. 스톡옵션을 주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반면 RSU는 수량에 대한 이사회 결의만 한 차례 필요할 뿐 이후 개별 부여 건부턴 대표이사에 위임할 수 있다. 단, 한화는 매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거쳐 RSU를 지급하고 있다.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그룹들은 공시조차 하지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RSU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RSU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RSU는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부여 방법과 대상, 수량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을 둬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식을 받게 되는 시기가 최대 10년 후로 설정돼 있고, 수량 또한 미미해 이 주식을 승계에 활용할 수 없다”며 “대주주 입장에서는 당장 현금을 성과급으로 지급받아 주식 하락 시 주식을 매입하거나 다른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자산 활용 측면에서는 더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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