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시도 일기도 아닌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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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시를 써 온 친한 친구가 있다.
그는 나보다 네 살이 많아서 당시에는 대학생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저 비슷한 입장에서 함께 시를 쓰는 동년배로서 서로를 대한다.
친구는 시도 참 잘 쓰지만 산문적 재능도 탁월해서 그가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하고는 했다.
친구가 쓴 일기에는 언제나 힘이 있는데, 그것은 진솔함인 동시에 성실함이기도 하며 웃음이고 열정이기도 해서 그 매력을 하나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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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고등학생 때부터 함께 시를 써 온 친한 친구가 있다. 그는 나보다 네 살이 많아서 당시에는 대학생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그저 비슷한 입장에서 함께 시를 쓰는 동년배로서 서로를 대한다.
친구와는 많은 역사가 있었다. 십수 년간 각자가 쓴 대부분의 시를 공유해 왔다. 서로의 시에 대해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떻게 고치면 나아질지 머리를 맞대고 골몰해 온 시간이 길었다. 친구는 시도 참 잘 쓰지만 산문적 재능도 탁월해서 그가 블로그에 일기를 쓰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하고는 했다. 친구가 쓴 일기에는 언제나 힘이 있는데, 그것은 진솔함인 동시에 성실함이기도 하며 웃음이고 열정이기도 해서 그 매력을 하나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어느 날은 친구가 몇 개월째 시가 잘 써지지 않는다며 앓는 소리를 하기에 일기처럼 시를 써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대답했다. 너무 오랫동안 시를 읽고 써 왔기에 시라는 장르 혹은 형식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는 어느 순간 우리의 직업이 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처럼 자유롭게 시를 쓰기 위해서는 시라는 형식이 주는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대피시킬 필요가 있었다. 시 같은 일기, 혹은 일기 같은 시를 우리는 ‘일시’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난여름 천문대에 갔을 때, 맨눈으로 별을 보기 위해서는 그 별을 직접 보지 말고 별에서 몇 센티미터 떨어진 허공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팁을 얻었다. 신기하게도 별이 아닌 밤하늘에 초점을 맞추자 시야에 들어온 별이 훨씬 잘 보였다. 별들이 뭉쳐 있는 성단 역시 그 옆을 응시할 때 훨씬 밝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별을 관측하는 유서 깊은 방법이라고 했다. 친구는 그날부터 일시를 쓰고 있다. 문장과 소재 면에서 훨씬 자유로워진 것이 보인다. 때로는 대상을 직시하고 정면 돌파하기보다 곁길로 새는 것이 잃어버린 여유를 되찾고, 더 선명하게 대상과 함께하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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