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판매실적 고과 매기고 규정 바꿔서 더 팔았다

심희정 2024. 1. 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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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할 때 규정을 바꿔 한도를 늘리거나 직원들에게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증권사 등 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H지수 ELS는 2021년 홍콩 증시가 호황일 때 대거 판매됐는데, 3년 만기가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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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 팔린 ‘손실 폭탄’ 만기 시작
당국, 12개 판매사 현장검사 착수
변동성 높은데 판매 한도 되레 늘려


은행이 홍콩 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할 때 규정을 바꿔 한도를 늘리거나 직원들에게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ELS 만기가 돌아오면서 손실이 가시화하자 현장검사를 하기로 했다. 판매 금액 19조원이 넘는 홍콩 ELS의 손실 규모와 함께 불완전판매 여부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과 증권사 등 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 등이 대상이다.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현장검사와 함께 분쟁 민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민원조사도 함께 진행된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H지수는 2021 년 2월 1만2229포인트에서 2022년 10월 4939포인트로 급락했다. 지난 5일 기준 지수는 5606포인트로 고점 대비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H지수 ELS는 2021년 홍콩 증시가 호황일 때 대거 판매됐는데, 3년 만기가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5개 은행과 7개 증권사에 대해 현장·서면조사를 한 결과 관리 체계상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ELS 판매 한도 관리가 미흡했고,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ELS 상품을 핵심성과지표(KPI) 배점에 포함해 판매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ELS 상품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 규정을 바꿔 한도를 80%까지 올려 판매했다. 또 신탁계약서, 투자자 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금융 당국은 홍콩 증시 위기 상황과 ELS 편입 주가지수의 변동성을 감안했을 때 판매사가 고위험 ELS 판매를 억제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이 H지수 ELS를 판매한 금액은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19조3000억원이다. 이중 은행이 15조9000억원, 증권이 3조40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잔액은 전체 규모의 30.5%인 5조4000억원이다. 판매 경로별로 보면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83.5%로 대부분이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은 전체의 79.6%인 15조4000억원이다. 이중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집중된다. 지난 5일부터 만기가 돌아와 손실이 확정된 사례도 발생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완전 판매 등 판매 행위 과정에서의 불법 사항을 정리해 배상 기준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할 생각”이라며 “리스크가 있으니 이 부분의 판매를 축소해야 하지 않느냐는 (판매사의) 내부 검토 의견서도 확보했다. 현장 검사에서 좀 더 면밀하게 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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