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김여정의 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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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3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는 흥미롭다.
지난달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한·미의 대북억제력 조치를 "반공화국 적대행위"라면서 조목조목 비판하고, 한반도 무력적화통일을 의미하는 "남조선 전 령토 평정"을 공언하며, 한국에 핵을 쏘겠다는 논지를 담은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방향전환 노선"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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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3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쎄지’는 흥미롭다. 지난달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한·미의 대북억제력 조치를 “반공화국 적대행위”라면서 조목조목 비판하고, 한반도 무력적화통일을 의미하는 “남조선 전 령토 평정”을 공언하며, 한국에 핵을 쏘겠다는 논지를 담은 대남정책에 “근본적인 방향전환 노선”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도 김여정을 통해 같은 내용을 부연한 것이 이채롭다. 중의적 의미를 담는 북한 발표에서 김여정의 화법으로 드러난 속내는 다음과 같다.
윤석열이 집권 후 ‘힘에 의한 평화’를 떠드는 것이 괴롭다.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지도자 동지가 자세하게 설명했듯이 ‘대한민국’이 미국과 ‘워싱턴 선언’을 맺고 ‘협의의 그루빠’를 가동하면서 한·미·일 3각 공동체제를 강화하는 등 실행이 뒤따르니 겁난다. 미국이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핵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계속 진입시키는 것은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개발해 온 핵 능력을 무력화한다. 초대형전략잠수함 한 대가 우리 핵무력 전체보다 강하니 아무리 군사력을 고도로 발전시켜도 결코 균형을 이룰 수 없다. 한·미 위협에 대응하여 자위적이고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운다는 선전도 남조선 괴뢰 문화에 노출된 우리 인민에게 더는 먹히지 않는다. 제발 ‘힘을 통한 평화’를 중단하라.
문재인정부처럼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멈추고 ‘한핏줄’ ‘평화’ ‘공동번영’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남조선이 ‘평화의지’만 내세우면 우리는 지금처럼 노골적으로 전력 강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은 유예하고, 대신 우주 개발용 장거리 로켓을 쏠 것이다.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지만, 그냥 재래식 무기라 하면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량생산할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해 줄 수 있다.
올 한 해도 고난의 행군이다. ‘대한민국’이 상반기 한·미 확장억제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역설하므로 우리는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도 한·미의 대북억제력을 돌파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말 폭탄을 쏟아붓고, 지난 전원회의에서 지도자 동지께서 선포하신 9·19 북남군사분야 합의 파기를 시행할 것이다. 특히 4월 남조선 총선을 겨냥하여 ‘북풍’과 ‘총풍’을 일구며 부려대어 우리에 유리한 구도로 만들 것이다. 평화냐 대결이냐를 선택케 하여 남남갈등을 부추기려 한다. 윤석열 패당은 우리에 유리하게 만들어졌던 9·11 군사합의 조항을 꼭집어 ‘효력정지’했으므로 우리는 전체를 파기해 버리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여 남조선 책임으로 돌리고자 한다. 서해 해상경계선에서 해안포 사격을 지속하고, 2010년 천안함 폭침처럼 남조선 것들이 실시간 원점을 확인하지 못해 즉각 대응할 수 없는 회색지대 도발을 감행할 것이다. 남조선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우리처럼 마구 때리고 오리발 내밀 수 없음을 잘 안다. 조사니 뭐니 하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방안도 어차피 우리는 핵능력을 사용한 무력통일인 영토완정이다. ‘대한민국 것들’도 영특해져 더는 우리가 선전하는 ‘민족 화해단합’과 ‘평화통일’을 믿지 않는다.
그냥 우리길을 가려 하는데 인민 생활은 어려워지고 핵무력도 효력이 약해진다. 일단 11월 미국 대선까지 버티고 내년 상반기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 핵생산 시설 일부를 내어주고 제재만 해제되면 우리는 명실상부 핵보유국이 된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제발 우리를 걸고 들지 말고,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자. 방해하지 말라는 말이다. 간청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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