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검사들의 잇단 총선 행보…‘정치 중립’ 저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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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경고에도 출판기념회 등으로 출마 준비
개인 일탈 치부 말고 검찰 전체 경각심 가져야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사들이 잇따른 정치적 행보로 물의를 빚고 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그제 경남 창원에서 사실상 총선 출마를 예고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경고와 좌천성 인사 조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를 강행했다. 김 검사는 지난해 말 사표를 냈지만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으로 있던 지난해 추석에도 고향 사람들에게 총선 출마를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때는 정식으로 사표를 내기도 전이었다. 당시에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 문자”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활동을 보면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정치적으로 의심되는 행보는 김 검사뿐만이 아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 박대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도 좌천성 인사 조처를 했다. 박 전 지청장은 총선 출마를 위해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과 신성식 연구위원(전 수원지검장)도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각각 출판기념회 성격의 행사를 열었다. 검찰 내부에선 두 사람이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역이나 정치적 성향은 다르지만 현직 검사라는 점에서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선언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한다. 만일 공직자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개인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면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 간부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다면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대법원 판례에 따라 사표를 낸 공무원은 사표가 수리되기 전이라도 선거에 출마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현직 검사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하면서 총선 출마 행보에 나서는 건 유감스럽다.
검찰은 단순히 일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조직 전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검찰 공화국’이란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고 여기에 동조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원석 총장은 신년사에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은 우공이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려우나,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 한순간”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의 말처럼 신뢰는 검찰의 핵심 가치이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총선을 앞두고 검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된다. 현재 국회에는 현직 검사가 사표를 낸 이후 일정 기간 선거 출마를 제한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입법 논의도 속도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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