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마켓 나우] 글로벌 반도체 대전, 동남아 3국도 뛴다
반도체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는 모습이다. 우리는 반도체 생태계를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실상 반도체 밸류 체인은 더 넓게 펼쳐져 있고 지형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밸류 체인에서 동남아,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위상은 절대 낮지 않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가 발표한 2023년 반도체칩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대만이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하는 동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각각 7위와 9위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을 잇따라 방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만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동남아가 뜨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동남아를 유망한 대안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보다 약간 큰 도시국가(734.3㎢) 싱가포르에는 반도체 공장이 22개나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11%를 차지하며, 특히 반도체 제조장비에 강하다.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21년 반도체 장비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했다. 바로 옆 말레이시아도 단순히 자원 부국이 아니라 2022년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기업들이 진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를 책임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새 차를 사고도 출고가 늦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말레이시아 내 차량용 반도체 생산공장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집중된 북동부 페낭-클림(Kulim)은 동남아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팬데믹 와중에 안정적 공급망이 중요해지면서 ‘동남아-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낮은 생산비용을 넘어 평균 5%의 안정적 경제 성장률과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의 경제 규모,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아세안의 경쟁 우위다. 인텔과 인피니온, 글로벌 파운드리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시설 투자를 늘린 이유다.
이젠 베트남이 급부상하고 있다.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베트남 방문에서 ‘두 번째 조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반도체 생산 허브 설립이라는 화려한 계획을 선보였다. 제조업이 크는 시장이면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가까이 두고자 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이제 산업을 넘어 경제 안보의 핵심이 됐다. 중국과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와 리스크를 줄여나가자는 의미에서 ‘중국+1’과 ‘대만+1’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음에는 ‘한국+1’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플러스 원’ 전략에서 웃는 자는 동남아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 3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소한 반도체 분야만큼은 말이다.
고영경 고려대 아세안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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