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아파트 분양 2만 가구…입주 계약자들, 설명회 요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음에 따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사업장의 수분양자(입주예정자)와 협력업체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와 태영건설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분양을 진행한 국내 공동주택(아파트) 사업장은 22곳(1만9896가구)이다. 이 가운데 8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역주택조합보증 등이 진행하는 것이라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4곳(1만2395가구)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대상이다. 이들은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HUG가 남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수분양자 3분의 2 이상이 원하면 HUG가 그간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받은 중도금 대출이자 등은 환급이 안 된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입주 지연과 같은 피해도 발생한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새 시공사를 찾아야 하는데, 분양이 저조한 단지는 시공사 교체에 나서더라도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사업 지체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이 시공한 강원도 고성의 A아파트 계약자는 사태 대응을 위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다른 태영건설 시공 단지의 입주예정자도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법률 검토를 받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개인에게 분양했지만, HUG 분양보증이 의무가 아닌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택 사업장이다. 고양시 향동 지식산업센터, 남양주시 다산지금지구 오피스텔 등 10여 건이 있다.
지난 2일 방문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지식산업센터 투자 붐이 일던 2021년 분양해 완판에 성공했고, 다음 달 중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받은 투자자 태반이 고금리와 공급 과잉 등으로 아직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은) 이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만약 태영건설이 부도라도 난다면 입주가 지연되고, 임차인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투자자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분양보증이 이뤄지지 않는 이런 비주택은 사실상 수분양자가 피해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률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증을 받지 못한 초기 사업장의 시행·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공사가 중단되고, 수분양자·하도급업체와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 등 연쇄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파악한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581곳(하도급 계약 1096건)인데, 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 일단 정부는 하도급 계약 중 96%(1057건)는 건설공제조합이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어 태영건설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에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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