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관광·수출 확대… 제주, ‘아세안+α’ 다목적 외교 펼친다

문정임 2024. 1. 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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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 지방외교 적극 추진
무역 거점 싱가포르 교두보 삼아
태국·인니·베트남·중동 등 교류
직항로 개설·수출 가시적 성과
지난해 3월 26일 중국 칭다오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산둥성 관광발전대회’ 개막식에 오영훈(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제주도지사가 참석해 있다. 이 자리에서 오 지사는 축사를 통해 “누구나 살고 싶어할 정도로 매력적인 양 지역이 긴밀한 교류와 협력으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시대의 관광을 함께 주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022년 7월 취임 후 도정 핵심정책으로 ‘아세안 플러스알파 정책’을 추진하며 8개국 14개 도시를 방문했다. 이들 도시에서 오 지사는 제주와의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특히 중계무역의 거점인 싱가포르와 인구 1억명의 거대 신흥시장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도시와의 교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싱가포르 무역관이 위치한 선텍시티에 싱가포르 제주사무소를 개소했다. 중국 상해대표처, 일본 동경통상대표부에 이은 세 번째 해외사무소다. 제주도는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아세안 10개국, 중동 지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오 지사는 지난해 1월 싱가포르를 방문해 외교부 및 국토개발부 선임국무장관, 기업청장 등 현지 고위 정부 인사와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장을 만나 제주 상품의 수출 확대 지원을 요청했다. 4월에도 싱가포르에서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제주-싱가포르 직항노선 운항 확대, 말레이시아 등 인접 국가 대상 공동 마케팅 추진 등 관광객 유치를 위한 공동 관광상품 개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연말에는 아시아 대표 관광도시 태국 방콕과도 교류 협약을 맺었다. 제주도가 다른 나라 수도와 직접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도시는 관광산업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산업과 경제·통상, 1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오 지사는 방콕 현지에서 정책 설명회를 열고, 제주가 추진 중인 워케이션을 통한 경제·통상 활성화 정책을 소개하며 제주-방콕 직항 정기노선 개설 등을 제안했다.

취임 이후 오 지사는 싱가포르와 태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두바이,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 곳곳을 찾아다녔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부두인 중국 칭다오를 방문해 제주와 칭다오항 간 여객선 및 직통 물류항 개설을 논의했다. 중국 최초의 자유무역항이 있는 하이난성, 우리나라와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관광도시 웨이하이시, 아세안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서도 직항 개설, 교류 공무원 파견, 수소 등 신산업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분야의 교류에 물꼬를 텄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베트남에 제주산 활광어가 수출되고 있다. 11월 1800t 선적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200만 달러 규모의 수산물이 수도 하노이의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입점된다. 제주산 돼지고기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수출을 시작했다. 두바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시안 식품 유통업체와 제주양돈농협 간 연 4t 규모의 수출 협약이 체결됐다.

싱가포르 해외사무소를 플랫폼으로 서귀포농협과 현지 유통사 간 감귤 수출 협약이 체결되는 등 제주 수출기업과 현지 바이어를 연결하는 작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주-싱가포르 간 직항이 주3회에서 5회로 확대됐고, 제주 방문 싱가포르 관광객은 2022년 8863명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3만2427명으로 265%나 증가했다.

제주도는 올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와 실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중동지역 지방정부와 교류 논의를 확대한다. 내달 샤르자에서 열리는 세계문화주간에 한국 대표로 문화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해 해녀 공연과 제주자연사박물관 대표 소장품을 선보인다.

지난 11월 아세안 플러스알파 정책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제주도의 지방외교 외연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고윤주 제주도 국제관계대사는 “앞으로 점차 커질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대전환, 생태환경 보전 등 제주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영훈 지사
“제주는 섬… 외부 연계 강화, 성장 원동력”


"관광객을 끌어와야 관광시장이 활성화되죠. 제주에서 만든 우수한 제품은 수출을 통해 더 큰 이익을 남기고,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해 문화적 교류도 확대해 나갈 겁니다."

오영훈(사진) 제주도지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핵심정책으로 '아세안 플러스알파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외교에 적극 나서는 이유에 대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오 지사는 "제주는 섬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것이 곧 지속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을 확보하는 길"이라며 "국가외교와 달리 지방외교는 지역의 공통된 경제 여건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고 함께 문제에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 실리적"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태국 방콕과 교류 협약을 맺었다. 그는 "방콕과 제주 모두 최대 관광지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교류를 통해 상호 간 실익과 더 큰 가치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지사는 특히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 식량 안보 등 지구촌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는 이미 1999년 북한에 감귤을 보낸 '비타민C 외교'의 성공적 경험과 2002년 이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평화외교를 추진해 온 성과를 가지고 있다"면서 "제주도는 아세안을 비롯한 많은 지역과 교류를 확대하고, 경제 발전은 물론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도 공동으로 협력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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