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법정관리 땐 '줄도산' 곡소리…협력업체들 떨고 있다

김원 2024. 1. 7. 19: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무산에 따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사업장의 수분양자(입주예정자)와 협력업체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와 태영건설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분양을 진행한 국내 공동주택(아파트) 사업장은 22곳(1만9896가구)이다. 이 가운데 8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역주택조합보증 등이 진행하는 것이라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4곳(1만2395가구)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 대상이다. 이들은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HUG가 남은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수분양자 3분의 2 이상이 원하면 HUG가 그간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돌려줄 수도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데 2월 중순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김원 기자


하지만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받은 중도금 대출이자 등은 환급이 안 된다. 시공사 교체에 따른 입주 지연과 같은 피해도 발생한다. 법정관리로 갈 경우 새 시공사 찾아야 하는데, 분양이 저조한 단지는 시공사 교체에 나서더라도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사업 지체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태영건설이 시공한 강원도 고성의 A아파트 계약자들은 최근 사태 대응을 위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하기도 했다. 한 입주예정자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다른 태영건설 시공 단지의 입주예정자들도 설명회 개최를 요구하고, 법률검토를 받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개인에게 분양했지만, HUG 분양보증이 의무가 아닌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택 사업장이다. 고양시 향동 지식산업센터, 남양주시 다산지금지구 오피스텔 등 10여건이 있다.

지난 2일 방문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지식산업센터 투자 붐이 일던 2021년 분양해 완판에 성공했고, 다음 달 중순 입주를 앞두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데 2월 중순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김원 기자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받은 투자자 태반이 고금리와 공급 과잉 등으로 아직 임차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소식은) 이들에게 엎친 데 겹친 격이 됐다”며 “만약 태영건설이 부도라도 난다면 입주가 지연되고, 임차인 모집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워크아웃이 무산될 경우 분양보증이 이뤄지지 않는 이런 비주택은 사실상 수분양자가 피해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률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증을 받지 못한 초기 사업장의 시행·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공사가 중단되고, 수분양자·하도급업체와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하도급 업체의 줄도산 등 연쇄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부가 파악한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는 581곳(하도급 계약 1096건)인데, 업계에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 일단 정부는 하도급 계약 중 96%(1057건)는 건설공제조합이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가입 또는 발주자 직불 합의가 돼 있어 태영건설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에서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앞에 체불임금 지급 촉구 현수막이 걸린 모습. 뉴스1


한편, 경남기업·풍림산업 등의 사례를 비춰보면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워크아웃을 경험한 한 건설사 임원은 “워크아웃의 경우 부실기업이 채권단의 채무를 제대로 상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며 “워크아웃 신청 기업이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들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채권단도 정상적인 채권 회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돌입하면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고 추가 자금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기존의 수주 계약도 해지된다. 향후 입찰 참여·분양 등이 어려워져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진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