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바이에른 최고 유망주를 안산에서 만나다… 독일 2부 임대 가서 맹활약 중인 이현주 인터뷰

김정용 기자 2024. 1. 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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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베헨비스바덴).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안산] 김정용 기자= 이현주를 만난 곳은 경기도 안산이었지만 대화 내용은 주로 독일 생활이었다. 21세 이현주는 지난해 U20 월드컵을 부상으로 불참했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게 적은 선수였다. 바이에른뮌헨 2군에서 좋은 활약을 하며 선배 정우영의 좋은 전례를 따라가는 선수라는 게 정보의 전부였다.


이번 2023-2024시즌 이현주는 2군을 떠나 이리저리 임대된 바이에른 유망주 중에서도 유독 돋보인다. 독일 2부 베헨비스바덴의 확고한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3득점은 팀내 2위에 해당한다. 프로 선수로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지 반 시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뛰는 리그의 수준, 출장시간, 경기력 등을 아울러 고려할 때 이탈리아 세리에A 프로시노네로 임대된 아리욘 이브라히모비치와 더불어 가장 돋보이는 유망주라 할 만하다.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다음 시즌 바이에른 1군으로 콜업되거나 다른 빅 리그 팀의 러브콜을 받기 충분하다.


이현주는 독일 진출 후 2년 만에 자말 무시알라처럼 게임 속에서만 다뤄 본 선수와 직접 호흡을 맞췄고, 어렷한 프로 선수로 자리매김했으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팀에서 가장 기대할 만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를 만나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유망주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물었다.


- 어떻게 바이에른의 일원이 됐는지 궁금한데, 그 전에는 유소년 명문이자 포항스틸러스 U18팀인 포항제철고의 주전 미드필더였습니다.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여기 안산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방과후 교실에서 가르쳐주시던 코치님의 클럽팀(안산 트리머스FC 유진수 감독)에서 들어가 2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했어요. 중학교 가면서 포철중의 스카우트를 받았고 이후 6년 동안 포항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어요. 사실 남들보다 탁월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요. 특히 고등학교 2, 3학년 때는 다양한 시도를 너무 안 했어요.


포항제철고 시절 이현주(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제공

- 탁월하지 않은 선수가 바이에른으로 이적할 수가 있나요?


고등학교 3학년 말에 테스트를 보러 독일에 갈 기회가 생겼어요. 입단테스트보다 먼저 코로나19 테스트를 했는데, 양성이 나온 거예요. 엄청 막막했어요. 일주일 동안 호텔에 갇혀 있었으니 몸 상태가 최악이었어요. 방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운동을 하긴 했지만 유튜브에서 '홈트' 검색해서 실내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나서 바이에른 2군 훈련에 투입이 됐는데, 몸이 제 몸 같지 않은 거예요. 테스트는 무조건 뭔가 보여줘야 되는 자리니까 저만의 계획을 세웠죠. 공이 왔을 때만 뭔가 번뜩이는 걸 보여주자고요. 볼이 없을 때는 잘 보지 않을 거니까 쉬엄쉬엄 하다가 볼이 딱 왔을 때 집중해서 내가 가진 걸 해내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그 몸으로도 붙은 것 같아요.


- 입단테스트 작전이 좋았네요. 유럽에 대한 로망은 얼마나 컸나요? 어렸을 때부터 프리미어리그가 TV에서 늘 나오고, 축구게임도 했을 세대인데.


다들 그렇듯 프리미어리그를 주로 봤고 지금도 좋아하지만, 다른 리그에서는 바이에른뮌헨도 좋아했죠. 게임할 때 선수들이 세니까 많이 골랐거든요.


- 바이에른 2군 초창기 감독이 스타 선수였던 마르틴 데미첼리스였죠?


데미켈리스(이현주는 독일식으로 발음했다) 감독님과 1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엄청 감사드리는 분이에요. 많이 챙겨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첫날 훈련을 너무 긴장해서 망친 뒤로 2, 3주 동안 공 받기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과 더불어서 좋은 장면 나오면 '헤이 리, 굿' 같은 말도 크게 해줬어요.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초반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랬는지 여쭤보지는 못 했어요. 당시 제가 독일어를 못했으니까. 그 덕분에 좀 적응하다가 일종의 연습경기 데뷔전 때 제가 생각해도 잘하면서 동료들도 '리스펙(존중)' 해주고 자신감이 올라와서 제 모습을 되찾았던 것 같아요.


- 2군 기대주인 만큼 가끔 1군에 올라가서 훈련도 한 걸로 압니다. 김민재 선수가 오기 전의 바이에른 1군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진짜 설렜죠. 저희 팀은 훈련 때 악수를 해요. 제가 게임에서 쓰던 선수들, 리로이 자네와 세르주 그나브리 같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니까 두근거렸죠. 1군에 자주 간 건 아니지만 주로 저와 앙겔로 브뤼크너라는 친구(오스트리아 하르트베르크로 임대 중) 둘이 가끔 올라가서 훈련했는데. 확실히 달라요. 한번 11 대 11을 1군 대 2군으로 했는데, 1군에 선수가 부족해서 제가 1군 편에서 뛰었거든요. 요주아 키미히, 레온 코레츠카, 다요 우파메카노와 같이 뛰었는데 정말 다르더라고요. 한 팀으로 하면 진짜 너무 편해요. 딱 돌아서고 '딱' 하면 '딱딱' 오고.


- 본인이 1군 템포를 따라가니까 재미있었던 것 아닐까요? 따라가기에도 벅찬 선수에게는 재미없었을 것 같은데.


그런가요? 근데 진짜 너무 재밌었어요. 같이 공 차는 입장에서 제일 잘하는 건 키미히였어요. 아니, 무시알라다 무시알라. 그리고 고레츠카와 우파메카노도.


이현주(베헨비스바덴). 서형권 기자

- 시즌 도중 합류해 적응에 의의를 뒀던 2020-2021시즌 2군에서 6경기 1골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첫 골이 터진 날을 생생히 기억하시나요?


세 번째 경기였는데 진짜 기쁘긴 했어요. 영상도 엄청 돌려 봤고요. 그런데 그날 안도하진 못했어요. 아직 너무 부족한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포항에서 임대된 신분이었거든요. 더 증명해서 자리 잡아야만 했어요. 그래서 진짜 안도한 건 완전영입이 됐을 때(2022년 8월) 같아요.


- 이어진 2021-2022시즌은 20경기 9골 2도움을 기록하며 확고한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1군 훈련도 합류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3월에 장기부상을 당하면서 시즌이 일찍 끝났고, 그해여름 열린 U20 월드컵 참가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경기력이 진짜 올라가고 있었는데 다쳐서 좀 아쉬웠죠. 다친 날이요? 제가 60분 정도에 교체 투입됐다가 3분 만에 다시 나왔을 거예요. 무리해서 상대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넣었는데 옆에서 무릎이 눌렸어요. 그 순간엔 괜찮은 줄 알았는데 한번 나갔다 다시 들어가서 뛰려고 하니까 바로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무릎 내측인대 파열이었죠.


- 해외파에게 연령별 대회는 또래 선수들과 한국말로 이야기하며 오래 어울려 다닐 기회이기도 한데요.


다쳤을 때 아마 U20 월드컵까지 딱 2달 남았던 것 같아요. 병원 갔는데 닥터 쌤이 두 달 안에는 경기 뛸 수 있을 거라 하셔서 기대를 가졌어요.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도저히 회복 속도가 안 되더라고요. 너무 아쉽죠. U20은 인생에 한 번 뿐인데. 그리고 한국 애들이랑 볼 차는 게 엄청 행복한 거거든요. 대회 기간에는 그냥 응원하는 마음으로 봤어요. 이번 U20 월드컵 명단에 제가 아는 선수들이 거의 없어요. 청소년 대표를 같이 했던 선수들과는 싹 바뀌었어요. 그래서 친구 입장보다는 한국 사람으로서 응원을 했어요.


- 현재는 2부 베헨비스바덴으로 임대돼 반 시즌을 치른 시점입니다. 바이에른 2군은 레기오날리가(4부)에 있고요. 기대를 많이 하니까 높은 레벨에서 경험을 쌓게 배려한 거겠죠. 본인은 임대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지난 시즌 끝나고 저와 에이전트가 꼭 더 높은 레벨로 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1부나 2부로요. 그런 상태에서 제 임대에 관심을 표해 준 구단들이 몇 있었는데, 비스바덴은 2부 중에서도 승격팀이었어요. 거의 처음으로 러브콜이 왔던 팀이고 감독님이 절 적극적으로 원하신 점이 좋았죠. 고민은 길었지만 결국 비스바덴으로 정했어요.


이현주(베헨비스바덴). 게티이미지코리아

- 기대한 대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프로 주전으로서 반 시즌 동안 팀의 17경기 중 14경기에 선발, 1경기 교체 투입되어 3골을 넣었어요.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10점 만점에 6점. 왜냐면 일단 공격 포인트가 너무 없고(실제로는 팀 내 득점 2위다), 골 찬스는 있었는데 못 살린 것도 아쉽고, 아직 느리고, 뛰는 양이 부족해요. 일대일 싸움을 잘 하고 더 영리하게 축구해야 돼요. 확실히 느낀 건 갈수록 어렵다는 점이에요. 시즌 초반에는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가 됐거든요. 그런데 상대가 갈수록 저에 대해 대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시즌 초반에는 제가 하프스페이스(측면과 중앙 사이 공간)에서 받으려고 하면 그렇게 타이트하게 붙지 않았어요. 시즌을 치를수록, 제가 내려가면 한 명이 아예 붙어서 못 받게 하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 바이에른의 임대선수 관리는 어떤가요?


연락은 자주 와요. 관리 담당자들이 경기를 자주 보러 오세요. 경기 끝나고 이야기도 좀 나누고요. (잘 하고 있으니까 깊은 면담은 필요 없겠네요) 네, 그냥 얘기나 좀.


- 비스바덴이 마인츠 근처라고 들었습니다. 이재성 선수가 지난 8월에 '곧 현주를 만나서 밥을 사줘야 한다'고 말했거든요.


맞아요. 밥 사 주셨어요. 진짜 좋으세요. 시즌 개막한지 얼마 안 돼서 만났던 것 같아요. 축구적으로 궁금한 걸 많이 물어봤어요. 2부에서 뛰어 보셨잖아요. 그때 어땠냐고 주로 여쭤봤죠.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해주신 말 중 기억나는 건 2부는 한 경기만 못 해도 다른 선수가 무조건 치고 들어온다는 거. 사실 들었을 때는 그렇게 못 느꼈거든요. 그런데 계속 뛰어보니까 진짜로 한 경기 못 하고 다른 선수가 잘 하면 금방 바뀐다는 걸 느꼈어요. 말해주신 게 엄청 중요한 거였어요.


- 오히려 같은 팀을 거쳐 간 정우영, 현재 1군 선배 김민재는 아직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고요. 그래도 1군에 김민재가 있다는 게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지금 1군에 콜업된 프란스 크레치히가 올라가기 전에 '너 김 알아? 본 적 있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모르는 선배님인데. 걔네들이 같이 공차보고 나서 독일어로 '마쉬네'라고 했어요. 기계라는 뜻입니다. 엄청 강한 선수에게 쓰는 표현이죠.


-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인지 직접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특기가 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테크닉이 좋은 미드필더처럼 보여요.


제가 축구 철학에서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저는 공 간수와, 일단 볼을 받으면 전진할 수 있는 능력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볼이 저한테 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든지 자신 있어요. 닮고 싶은 선수는 이니에스타. 그리고 아자르, 첼시 시절이요. 전진성이 있고 차이를 만들 수 있어서, 얘는 뭔가 다르다고 사람들이 느끼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능력을 더 키워야 될 것 같아요.


- 전진성과 차이를 만드는 능력은 유럽에서 더 절실하게 느끼고 노력 중인 부분인가요?


네. 전진성이 엄청 발전한 것 같아요. 항상 앞으로 가려고 하거든요.


-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일단 올해 잘하는 것. 그걸 바탕으로 다음 시즌은 1부에서 뛰는 건데요. 바이에른 1군이면 좋겠지만 어느 팀이든 1부에서 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리그는 프리미어리그입니다.


- U20 월드컵이 무산된 뒤 달 수 있는 태극마크는 파리올림픽입니다.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는 최대 7명만 남기고 많이 물갈이되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현주 선수가 중요해질  듯 한데요. 황선홍 감독과도 이미 인연이 있죠.


네. 2022년과 2023년 평가전 때 부르셨어요. 그 뒤로 코치님으로부터 종종 안부 연락은 옵니다. 뽑히고 싶고,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홍)윤상이 형(볼프스부르크에서 뉘른베르크 등으로 임대된 뒤 올해 포항 복귀)과 (오)재혁이 형(성남)을 다시 만나 함께 뛰고 싶어요. 포철고에서 재밌게 축구했거든요. 윤상이 형은 독일에 같이 있었어요. 쉬는 날이면 1시간 거리에 있는 뉘른베르크에 가서 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선배였는데 큰 의지가 됐어요. 엄청 챙겨주는 형을 보면서 저도 후배들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현주(베헨비스바덴). 서형권 기자

- A대표팀 선발은 얼마나 멀리 있다고 생각하나요?


가깝진 않지만, 너무 멀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안컵 이후에 제가 잘 해서 기회를 주시도록 만들어야죠.


- A대표팀에서도 만나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황인범 선수, 그리고 올림픽에서도 만날 가능성 있는 이강인 선수. 제가 보고 많이 배우거든요. 황인범 선수한테는 볼 소유와 양발 사용, 이강인 선수는 전진성과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진짜 많이 배워요.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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