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폭약 미끼 덥석 물었다"…합참 "수준 낮은 심리전"

박현주, 김한솔 2024. 1. 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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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 최북단 서북도서 지역에서 포사격을 한 것과 관련해 7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군을 망신 주기 위해 포성을 모방해 폭약을 터뜨리는 기만 작전을 펼쳤는데 실제로 속아 넘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합동참모본부는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 "포탄은 한 발도 없었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 군대는 단 한발의 포탄도 날려 보내지 않았다"며 "130㎜ 해안포의 포성을 모의한 발파용 폭약을 60회 터뜨리면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무리들의 반응을 주시했다"고 주장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은 전날인 6일 오후 4~5시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포탄 60여발을 발사했고 이 중 일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 구역에 낙하했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한국을 향해 "이번에 우리가 던진 미끼를 한번 씹어보지도 않고 통채로 꿀꺽 삼켜버렸다"며 "차라리 청후각이 발달된 개에게 안보를 맡기는것이 열배는 더 낫다"고 비난했다. "(한국) 군 깡패들의 오판과 억측,억지,오기로 예상치 않은 사건이 발생되는 경우 1,000만이상의 인총이 북적이는 서울이 어떤 위험에 노출될지 생각해보라"면서다.

앞서 김여정은 지난 4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군사력을 증강했다", "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한반도가) 매우 위태로워졌다"고 주장했다. 오는 4월 한국 총선을 앞두고 전쟁을 들먹이며 안보 불안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을 실시한 5일 백령도에서 우리 군 K9 자주포가 해상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 국방부.


합참 "수준 낮은 심리전"


김여정은 또 이날 최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즉·강·끝'(도발 시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 응징) 원칙에 대해선 "(즉·강·끝이)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은 한국이 북한의 도발을 "거짓으로 꾸며낸다"며 앞선 무인기 도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야산에 나딩구는 변소간 문짝을 두고는 남침한 북무인기라고 강짜를 써댄것이 다름아닌 대한민국 군부깡패들이 아닌가"라면서다. 앞서 북한은 2014년, 2017년, 2022년 무인기를 남측에 침투시켰으며, 2014년과 2017년에는 무인기 잔해가 국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합참은 김여정의 이날 담화에 대해 곧바로 반박했다. 합참은 "김여정 담화문은 우리 군의 탐지능력에 대한 수준 낮은 대남 심리전일 뿐"이라며 "우리 군 정보당국은 북한의 군사활동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의 포 사격 판단 기준은 포성 청취, 육안 확인, 대포병 탐지 레이더 등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합참은 이어 "접적해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군사활동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 사격을 한 지난 5일 오후 백령도에 배치된 해병대 6여단 전차포가 이에 대응해 해상 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부.


덮어놓고 우기며 남측 반박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한·미 정보 당국의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이 허술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북한의 기만 작전에 대한 진위 공방으로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의 평가와 전문가 분석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반박하는 건 김여정이 최근 수년간 써오던 전략이다. 김여정은 2022년 8월에도 자신들이 순항 미사일을 쏜 장소가 한국이 발표한 대로 남포특별시 온천군이 아닌 평안남도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에도 김여정은 한국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개나발들 작작하라"고 반발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도 북한의 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몰상식 한 것들이 이치도 모른다", "소위 전문가랍시고 지지벌거리는 소리를 곧이곧대로 믿어봤자 위기가 뜻하는대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는 북한의 도발 시 원점과 탄착 지점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십수년째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며 "우리 군이 북한의 폭약 소리를 듣고 포탄 발사로 오인했다는 김여정의 주장은 아직도 한국인들이 북한의 거짓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무리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지난해 말 9·19 군사합의를 파기한 이후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떠넘기기 위한 담론을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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