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딩 껴입고, 이불속에 드라이기 켰다…한파에 정전 날벼락

장서윤, 오삼권 2024. 1. 7. 17: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7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정전이 일어나 시민들이 한파 속 큰 불편을 겪었다.


영하 6도에 정전…주민 불편 잇따라


7일 새벽 정전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서강아파트. 오삼권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서는 오전 3시 19분부터 767호에 해당하는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 강모(82)씨는 “보통 6시가 돼야 눈을 뜨는데 추워서 깨보니 4시였다”며 “원래 보일러는 안 켜고 전기매트로 난방하는데, 매트가 꺼지니 추워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추운 방 안에서 패딩을 껴입고 앉아서 전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는데 해가 진작 떴는데도 전기가 안 들어오더라. 5시간 동안 추위에 떨었다”고 말했다.

이날 홍은동 일대 정전은 오전 3시 19분에 발생해 오전 8시 58분 완전 복구됐다. 약 5시간 40분 동안 정전이 이어지며 주민들은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주민 방모씨는 “새벽에 ‘왜 이렇게 춥나’ 해서 깼는데 아이들 방 보일러랑 불도 안 켜지는 걸 보고 정전인 걸 알았다”며 “아이들이 추울까 봐 패딩을 꺼내서 덮고 이불 속으로 충전해놓은 무선 드라이기 뜨거운 바람을 넣어줬다. 15분 동안 바람을 쐬면 30분 동안 온기가 유지됐다. 아이들이랑 함께 누워서 온기가 사라지면 바람을 넣어주고를 계속 반복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홍모씨도 “자느라 정전이 난 줄 몰랐는데 일어나보니 방이 냉골이었다”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씻겨서 내보내야 하는데 인덕션이라 물도 못 데우고, 아이들은 찬 물로는 못 씻겠다고 짜증내서 실랑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7일 오후 12시 5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한국전력공사 차량이 설비 복구를 위해 방문한 모습. 장서윤 기자

화곡동 900세대도 정전…승강기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오후 12시 50분쯤엔 강서구 화곡동 900여 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약 1시간 만인 오후 1시 50분쯤 복구됐지만, 일부 오피스텔과 상가 건물 승강기에 사람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5건의 승강기 갇힘 신고가 접수돼 부상자 없이 모두 구조됐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손모(74)씨는 오후 4시까지 정전으로 고장 난 포스기를 고치고 있었다. 손씨는 “전기가 나가고 포스기가 고장 나니 1시간 동안 손님을 못 받았다”며 “도시락, 샌드위치 등 냉장식품도 상할까 봐 조마조마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정전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편의점에 포스기가 고장나 수리를 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집에 있다가 정전을 겪은 화곡동 주민 고나연(65)씨는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퍽’하고 전압기 터지는 소리가 나서 놀랐다”고 전했다. 주민 김춘님(75)씨는 “평소 다리가 안 좋은데, 답답해서 외출하고 싶어도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안 되니 나가질 못하고 계속 집에서 기다렸다”며 “추운데 전기 포트도 작동을 안 하니 가스로 물을 끓여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에 따르면 이날 새벽 홍은동 정전은 전기를 공급하는 연결 장치인 개폐 장치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후 화곡동 정전은 인근 공원 고압 선로에 나뭇가지가 닿은 것이 원인으로 파악됐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 설비가 야외에 있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선로에 닿는 일은 잦은 편”이라고 말했다.

장서윤ㆍ오삼권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