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2% 넘겨도…체감 못한 ‘상저하고’ 재탕 우려

김기환 2024. 1.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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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경제가 나아졌다”고 하는데, 국민은 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다소 반등했지만, 내수가 여전히 ‘냉골’이라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체감도가 떨어지는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경기가 침체하다 하반기 반등)’ 전망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서 “수출이 경기 회복을 주도하며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4%에서 올해 2.2%로 반등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누적한 고물가·고금리 부담,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 등으로 국민이 온기를 체감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제했다. 경제 지표상 반등하겠지만, 국민의 체감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차준홍 기자


나아진 경제지표의 근거는 수출과 물가다. 수출은 2022년 10월(-5.8%) 마이너스로 꺾인 뒤 12개월만인 지난해 10월(5.0%)에야 플러스로 돌아섰다. 12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다. 특히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지난해 11월 12.9%, 12월 21.8% 급등했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5.1%에서 지난해 3.6%로 떨어졌다.

하지만 체감하기 어려운 건 수출이 급감하고, 물가가 급등한 2022년의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이라서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31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경상수지는 298억 달러 흑자였다. 1년 전보다 늘기는 했지만, 2022년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년 만에 가장 낮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가도 2022년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가 2011년(4%) 이래 최고였다.

차준홍 기자

실제 체감 경기 지표는 싸늘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지난해 12월 70을 기록했다. 이달 BSI 전망은 68로 더 떨어졌다. BSI는 100 이상일 경우 긍정이 우세하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반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도 지난해 4분기 84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망은 83으로 떨어졌다.

내수를 반영하는 대표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는 지난해 1~11월 전년 대비 1.4% 줄었다. 이 기간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03년(-3.1%)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2%로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주요 7개국(G7) 민간소비 증가율(1.2%)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에도 뒤졌다.

민간소비,건설경기 부진에 내수지표 '마이너스'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개선이 반도체·대기업에 편중해 온기가 내수로 퍼지는 데 상당한 시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연말 “2024년 성장률 전망치를 2.1%라고 한다면 정보기술(IT) 수출이 많이 회복했기 때문이고, (IT를 제외한) 내수 기준 성장률은 1.7%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T 수출을 빼면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성장률과 마찬가지로 1%대에 그친다는 의미다.

정부는 올해 체감 경기가 ‘상저하고’ 흐름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방 발표 직후 “올해 수출이 먼저 나아지고, 내수가 시차를 두고 따라갈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내수가 수출보다 부진한 영향으로 체감 경기가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경제지표가 좋은데 국민이 느끼지 못한다면 현장에서 알뜰하고 세심한 정책 집행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게 하라”고 주문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성장, ‘상저하고’ 경제 전망에 의미가 있느냐”며 “내수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만큼 경제를 수출과 내수 두 바퀴로 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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