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일주일’…광주 찾아 ‘외연확장’ 호평, ‘용산 출장소’ 숙제 풀까
이번 주 강원·부산 돌며 ‘총선 밑그림’
용산과의 관계·공천 갈등·‘이준석 신당’은 과제
지난 1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광폭 행보’에 나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큰 잡음 없이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 위원장이 일주일간 ‘격전지’ 대전과 ‘텃밭’ 대구·경북, ‘불모지’ 광주를 넘나들며 정치적 보폭을 넓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다음 주부터 한 위원장은 본격적인 ‘정치력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층 결집과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선다.
8일 강원도당 신년인사회를 시작으로 10일 부산시당, 11일 서울시당을 찾을 예정이다. 특히 부산 일정의 경우 1박 2일간 진행된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부산에서 첫 현장 비대위 회의를 연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2일 대전시당과 대구시당·경북도당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한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빠르게 재정비하면서 외연 확장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동료시민’과 ‘격차해소’라는 키워드를 줄곧 언급했다. 우선 ‘동료시민’의 경우, 정치권에서 지금까지 사용해 온 호칭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 후 주변에 “국민이라는 말은 현실에서 잘 와닿지 않고 추상적인 느낌이 강하다”면서 “이에 비해 동료시민은 출퇴근시간에 스쳐 지나가고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내 앞뒤로 줄 서 있는 분들을 떠올리게 하지 않나”는 평소 철학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또 한 위원장이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보수당 선점 이슈인 안보나 경제가 아닌 ‘격차해소’를 선두에 내세웠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금까지 보수당이 총선을 앞두고 ‘집토끼’를 끌어안는 데 주력했다면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 중도층 포섭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대전시당에 방문했던 지난 2일 “4월 10일 이후의 내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100일 남은 총선서 ‘격차해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다음 날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도 “우리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교통·안전·문화·치안·건강·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합리한 격차를 해소하고 없애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일주일간 파격적인 ‘중도 확장’ 메시지를 던지면서 외연 확장에 몰두했다.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뒤에는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면서 호남 민심 잡기에 신호탄을 쐈다.
지난 4일 충북에서는 “우리는 어떤 이슈에선 오른쪽의 정답을 낼 것이고, 어떤 이슈에선 그보다 왼쪽의 정답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장에서 한 위원장 가장 큰 무기는 ‘여당 프리미엄’이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 4일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우리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으로써, 예산으로서 행정으로서 표현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충북도당에서도 “우리가 가끔 잊고 있는 게 있다. 우리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보유한 우리의 정책은 현금이고 더불어민주당의 정책은 약속 어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대처 능력에도 호평이 나왔다. 비대위 출범 직후 민경우 전 비대위원이 ‘노인 비하 논란’으로 뭇매를 맞자 한 위원장은 지체 없이 대한노인회에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민 전 위원을 비대위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일단락시켰다.
지난 4일엔 당 소속 시의원이 ‘5·18은 북한 내란’이라는 내용의 인쇄물을 뿌린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당시에는 “제가 피습당했을 때처럼 생각해 달라”며 음모론 자제를 요청하는 등 잡음 없애려 노력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민주당 때리기’를 최소화하고 민생 정책을 부각한 것이다. 특히 한 위원장이 모두발언 중간중간 “해봅시다” “공감한다” 등 격려의 말을 하며 분위기를 편하게 풀어주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 위원장의 청중의 눈을 잡아끄는 ‘스타성’도 부각됐다. 대구·경북 신년회가 열렸던 지난 2일, 지지자들이 몰리자 인사하기 위해 의자로 펄쩍 뛰어 올라갔던 게 대표적인 장면이다.
친윤(친윤석열) 인사를 2선으로 후퇴시켰다는 점도 성과다. 계파색이 옅은 초선의 장동혁 의원을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이 상징적인 변화다.
다만 한 위원장의 정치력은 이제부터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 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에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내정하면서 불거진 ‘도로 법조인’ 논란을 일기도 했다. 공관위 인선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내홍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앞서 한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던진 바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공천 심사 절차가 시작되면 당 기득권을 향한 용퇴론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 공천 잡음을 줄이려면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데, 한 위원장의 경우 ‘정치 신인’이라 당내 우려도 만만찮다.
‘한동훈 비대위’가 ‘용산 출장소’라는 일각의 비판을 돌파하지 못한 점도 과제로 지목된다.
아직 이렇다 할 당정 관계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하람 변호사, 허은아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원 등 일명 ‘이준석계’의 탈당이 이어지는 점도 숙제다.
국민의힘은 8일 한 위원장이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겸직하게 된 후 처음으로 영입 인재 환영식을 연다. 이 자리에서 정성국(53)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입당할 예정이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인 박상수 변호사 영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오는 11일에는 당 4선·5선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하면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민지 정우진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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