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美 고용, 12월 일자리 깜짝 증가...멀어지는 '금리 인하'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여전히 뜨거운 미국의 고용 시장이 불씨다. '탄탄한 고용 시장' 지표를 근거로 당분간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목소리도 힘을 얻는다.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기대가 미뤄지면서 오는 11일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동결'을 택할 확률이 커졌다.
지난 5일(이하 현지 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12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1만6000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10만5000건)ㆍ11월(17만3000건)보다 는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17만건)를 크게 웃돌았다. 시간당 평균임금도 전월 대비 0.4% 올라 전문가 예상치(0.3%)를 넘어섰다. 취업이 늘고 임금이 오르면서 지난달 실업률은 3.7%를 기록했다. 전문가 예상치(3.8%)를 밑돌았고, 1960년대 후반 이후 여전히 낮은 수치다.
연간으로는 한 해 270만 건, 월평균으로는 22만5000건의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연간 480만건, 월평균 39만9000건)보다는 둔화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 증가했다. 고강도 긴축의 여파로 고용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고 있지만 12월 고용 증가 폭과 임금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탄탄한 고용 성적표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4% 선을 뚫었다. 5일 종가 기준 4.05%로 지난달 13일(4.04%) 이후 가장 높다. 채권 금리와 채권값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 워치에 따르면 한국시각으로 7일 오후 4시 20분 기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동결(5.25~5.55%)할 확률은 93.8%에 이른다. 3월 FOMC에서 금리를 내릴 확률도 지난 2일 80% 수준에서 현재 62.3%로 떨어졌다. FOMC는 매년 8차례 열린다.
다만 고강도 통화 긴축의 여파로 올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고용 시장 열기도 서서히 꺾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나단 밀라 바클레이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은 노동 공급 측면에서 예외적인 해로, 지속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고용이 여가접객업ㆍ정부ㆍ보건의료 부문에 치우쳐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낸시 밴덴 후튼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노동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또 하나의 신호”라고 말했다.
오는 11일 한국은행도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의에서 한 차례 더 금리를 묶고 대내외 경제 상황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여파로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있지만, 시장 전체로 위기가 번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실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현재 2%포인트 수준인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달러당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이탈하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Fed와 ECB(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며 “경기가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고 물가는 4~5월부터 2%대 진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금융 불안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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