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태영과 달라” 불똥 튈라 선 긋는 건설사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유동성 위기가 거론되는 건설사들이 “우리는 문제없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보수적 전망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시장 불안을 고조시켜 신규 사업과 자금 조달 등에 차질을 빚을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7일 국민일보에 “유동성 문제가 2022년 10월에 한번 이슈가 되고서 현금 보유를 2조3000억원까지 확보하고 우발채무를 줄이기 위해 수주 대신 착공 분양에 좀 더 중점을 두며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며 “우발채무는 지난해 1조6000억원 감소했고 올해는 2조원 가까이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개발에 참여한 시공사가 시행사를 대신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보증을 선 뒤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직접 떠안게 되는 빚이다. 우발채무를 줄이려면 약속된 개발 사업을 착공해 브릿지론(착공 전 대출)을 본 PF 대출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다.
롯데건설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은 1월(이달) 내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 구조로 연장할 것”이라며 “나머지 8000억원은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나증권은 건설업 업황 분석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이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안에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다는 점, ‘양호하지 않은 지역’의 도급 PF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태영건설과 공통점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롯데건설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청약 결과가 부진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롯데건설의 유동성으로 보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건설은 “미착공 PF로 언급된 3조2000억원 중 서울 등 수도권 사업장이 50%인 1조6000억원, 지방 사업은 나머지 절반인 1조6000억원 규모”라며 “지방 사업장도 부산 해운대 등 도심지에 위치해 분양성이 우수한 곳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보유현금 2조3000억원으로는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 2조1000억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전년 말 대비 차입금은 1조1000억원, 부채비율은 30% 이상 감소시켰다”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1조8000억원으로 대부분 연장 협의가 완료됐고 일부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건설도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4분기 해외 현장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으로 3000억원의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재무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자금난 우려에 선을 그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사태로 중소형 건설사들의 단기사채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동부건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가 4189억원에 달하는 반면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금 자산 감소는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높은 금리의 채무증권을 상환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동부건설은 해명했다. 이들은 “향후 낮은 금리의 사업자금 대출은 예정대로 실행하는 한편 높은 금리의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상환해 이자 비용과 채무 상환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PF 우발채무에 대해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PF 우발채무 규모는 보증 한도 기준 2000억원대”라며 “전체 PF 시장 규모가 134조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리스크가 없다”고 잘라 말았다.
지난달 말 서울신용평가는 동부건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종전과 같은 ‘A3+’로 유지하면서 PF 우발채무의 위험 부담이 낮다고 진단했다. 당시 동부건설은 “불안감이 고조되는 건설업계에서 신용등급을 유지했다는 건 우수한 수주 경쟁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자평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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