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동체 뜯겨 큰 구멍이 뻥…이쯤되면 '보잉 공포증' 올 판

서유진 2024. 1.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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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 당국이 국내·미국 항공사에서 운행 중인 모든 보잉 737 맥스 9의 운항을 임시중지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기종 여객기의 동체 일부가 뜯겨 나가는 사고로 긴급 회항한 지 하루만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항공사가 운영하거나 미국 영토에서 비행하는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사고가 난 알래스카 항공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 일부가 파손된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전날 승객 171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우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을 이륙한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 9 여객기가 이륙 직후 기내 압력이 급격히 떨어져 비상 착륙했다. 창문이 깨지고 벽체 일부가 뜯기면서 동체에 큰 구멍까지 생긴 아찔한 사고였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탑승자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알래스카 항공의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가 6일(현지시간)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포틀랜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하기 전 모습. AP=연합뉴스


미국이 운항 중단에 나서자 터키항공과 유럽연합항공안전청(EASA)도 해당 기종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점검에 동참했다고 7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와 관련,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세계 1위 항공기 제조회사인 미국 보잉의 737 맥스 기종에 유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볼트 풀림현상…2건 사고로 346명 사망

앞서 지난해 28일(현지시간) 보잉 737 맥스 9 기종에서 볼트 풀림 현상이 발견되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한 국제 항공사가 정기 점검 중 해당 기종의 방향타 제어 연결 장치에서 너트가 빠진 볼트를 발견해 보잉에 통보했고, 보잉은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맥스 9 기종을 점검해달라고 항공사들에 요청했다.

2017년 출시된 보잉737 맥스(7·8·9·10)는 보잉의 대표적인 중·장거리 여객기다. 보잉 측은 홈페이지에서 "맥스 기종은 세계 100여곳에서 5000대가 주문되며 보잉 역사상 가장 빨리 판매된 기종"이라고 소개했다.

5일 포틀랜드 국제공항으로 강제 복귀한 보잉 737 맥스9 여객기. 사고 여파로 동체 일부가 뜯기는 등 피해가 있었다. AP=연합뉴스


이랬던 737 맥스 여객기는 4개월여만에 두 차례 추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논란을 겪었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89명을 태운 보잉 737 맥스가 이륙한 지 불과 몇 분 만에 자바 해로 추락해 전원 사망했다. 이어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이 운항한 737 맥스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 탑승자 157명이 모두 숨졌다.

에티오피아 항공 추락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지포라 쿠리아(가운데 여성)가 2023년 1월 26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는 법원에서 보잉이 기소된 후 취재진 앞에 선 모습. AFP=연합뉴스


두 번째 사고 발생 사흘 만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행정 명령을 내려 보잉 737 맥스 8과 9의 모든 비행을 일시 중단했다. 당시 한국·중국 등 40여 개국이 737 맥스 기종 운항을 중단하거나 자국 내 비행을 금지했고, 20개월여간 운행이 중단됐다가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비행이 재개됐다. 국내에서는 해당 기종의 국내 영공 통과 및 이·착륙을 2019년 3월 이후 금지하다가 2021년 11월 재개했다.


CEO 물러났지만 719억 받아 논란

한때 미국을 대표하던 보잉은 각종 추락사고와 기체 결함 등으로 신뢰가 흔들렸고 '보잉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보잉 측이 737 맥스 기종이 위험하단 걸 알고도 못 본 척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조사 결과 대형 사고 두 건 모두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으로 불리는 추락 방지 시스템이 오작동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사고 전 이미 이 시스템에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내부 조사가 있었다. 그런데도 보잉 측은 "737 맥스는 지금까지 하늘을 날았던 어느 비행기만큼이나 안전하다"고 공표해 논란이 됐다.

2019년 12월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해임할 때도 논란을 빚었다. 당시 데니스 뮬런버그 CEO가 퇴진하면서, 주식과 연금 인상분 등으로 6220만 달러(약 719억원)를 챙겨 떠났기 때문이다. 해임된 경영진이 막대한 보수를 챙기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데니스 뮬런버그 전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2019년 10월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있다. AP=연합뉴스


보잉은 당시 참사 희생자 유가족 지원금으로 가족당 14만4500달러를 내놓았는데, 뮬런버그 전 CEO는 유가족에 돌아가는 돈의 430배를 받아 공분을 샀다.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지포라 쿠리아는 성명을 통해 "보잉 경영진은 수백만 달러가 아니라 수갑을 차고 나와야 한다"고 꼬집었다.


中 수출길, 재개되나 싶더니…

외신들은 중국의 수입 재개가 임박했던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회항이 보잉에 어떤 타격을 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항공우주 전문매체 에어커런트는 중국 민용항공국(CCAC)이 보잉 737 맥스 항공기를 중국으로 인도할 수 있게 허용했다고 지난해 말 보도했다. 매체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승인하면 737 맥스의 중국 재진출이 최종 확정된다고 전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가운데)이 2023년 8월 30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보잉-상하이 항공 서비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떠나는 모습. AP=연합뉴스


앞서 중국은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 사고가 벌어지자 세계 최초로 자국 내 737 맥스 기종 운항을 금지했다. 여기에 미·중 간 외교 통상 갈등이 고조되자 737 맥스 기종을 중국 항공사 신규 주문에서 뺐다. 그러던 중국 항공당국이 지난해 1월 737 맥스 기종 운항 재개를 허용했으나, 중국 항공사들의 해당 기종 신규 주문은 2017년 이후 보이콧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6년여 만에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서면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양국 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737 맥스 구매를 약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 주도권을 최대 라이벌인 유럽 에어버스에 뺏긴 보잉 입장에서는 중국의 항공기 구매가 절실하다. 보잉 측은 중국이 향후 20년간 세계 항공기 수요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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