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옥이 도미노처럼…日지진, 낮은 내진율·고령화가 피해 키웠다

이영희 2024. 1.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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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8시 20분,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스즈(珠洲)시의 한 무너진 가옥에서 90대 여성이 구조대원들에 실려 나왔다. 현장을 지키던 주민들 사이에서 탄성과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난 1일 오후 4시 10분 규모 7.6의 강진이 이 지역을 덮친 지 약 124시간만. 지진 구조의 '골든타임'이라고 불리는 72시간을 52시간이나 넘긴 상황이었다.

6일 저녁 일본 이시카와현 스즈시의 한 무너진 가옥에서 90대 여성이 경찰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지진 발생으로부터 124시간이 지났지만 여성은 구조대원의 질문에 대답을 할 정도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지진 발생 만 6일째를 맞은 7일에도 피해지인 노토(能登) 반도에선 생존자를 찾으려는 수색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시카와현 발표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 기준 총 128명의 사망이 확인됐다. 지역별 사망자는 와지마(輪島)시가 69명, 스즈시 38명, 아나미즈마치(穴水町) 11명, 나나오(七尾)시 5명 등이다.

일본에서 지진 사망자가 100명을 넘은 것은 276명이 숨졌던 2016년 구마모토(熊本) 지진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오후 2시까지 부상자는 560명, 연락이 닿지 않는 행방불명자도 195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HK 등에 따르면 지진 피해지에는 6일부터 비와 우박이 내리고 있어 구조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6일 비상 회의에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구조 활동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노토 반도에는 6일 새벽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이날 현 내 약 6만6000 가구가 단수 상태이며, 2만3000 가구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약 3만명의 주민이 피난소 약 370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나미즈의 한 피난소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1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집과 고령화가 피해 키워


이번 지진으로 노토 반도 곳곳이 괴멸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이 지역 주택들의 낮은 내진 설계율과 주민의 고령화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피해 지역 곳곳에서 노후 목조 주택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상당수 희생자가 무너진 가옥 때문에 숨졌다.
7일 일본 이시카와현 스즈시 주택가의 집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채 방치돼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특히 피해가 컸던 스즈시의 경우 시내에 있는 주택 약 6000채 가운데 2018년 말까지 일본의 내진 기준을 충족한 가옥은 51%에 그쳤다. 일본은 지진으로 인한 주택 붕괴를 막기 위해 1981년 건축기본법을 개정하면서 진도 6(고정하지 않은 가구가 넘어질 정도의 흔들림)∼7(목조 건물이 쓰러질 수 있는 흔들림)에도 문제가 없도록 내진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주택 대부분은 1981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피해지인 시골 마을들은 대부분 주민의 절반 이상의 65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스즈시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은 51.7%로 이시카와현에서도 가장 높다. 시 전체 가옥의 약 20%는 주인이 사망하거나 요양 시설에 들어가면서 빈집으로 버려져 있는 상태였다. 3년 전부터 중소 규모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진화 보수공사를 추진했지만, 고령인 주민들로부터 협조를 얻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전 전문가들은 "그동안 작은 지진을 겪으며 내구성이 점차 약해진 건물들이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내렸다"고 분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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