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방장관 수술합병증으로 입원…바이든도 사흘간 몰랐다

1일 입원했는데…4일 백악관 보고·5일 외부 공표
국방부 기자단, 늑장 공개에 항의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사진)이 수술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실을 사흘 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NBC방송 등 현지 언론은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부터 수술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라고 보도했다. NBC방송은 오스틴 장관이 입원 기간 4일간은 중환자실에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사진출처=AFP 연합뉴스]

이들 매체는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을 지난 4일에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동안 국방부 장관의 부재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폴리티코에 "오스틴 장관이 설리번 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오스틴 장관의 입원 및 보고 지연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외부에 장관의 입원을 공개하지 않다가 5일 저녁 성명을 내고 알렸으며, 의회에도 성명 발표 15분 전에야 통지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이 최근 긴급하지 않은 의료 수술에 따른 합병증으로 1일 저녁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잘 회복되고 있어 오늘부터 모든 업무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필요한 경우 캐슬린 힉스 부장관이 항상 장관 권한을 대행해 행사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어떤 수술을 받았으며 합병증은 무엇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올해 70세인 오스틴 장관은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41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다. 그는 2016년 은퇴한 후 2021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평소 사생활 보호를 강조해 언론에 직접 노출을 피해왔다.

통상 미국은 고위 관료나 군 관계자가 입원하면 24시간 이내에 성명을 내 발표한다. 지난해 10월29일 에릭 스미스 해병대 사령관이 심장마비로 입원했을 때도 국방부는 몇시간 만에 바로 성명을 내 알렸다.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은 일부 국방부 고위 관료들도 몰랐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오스틴 장관 보좌관으로부터 장관이 일주일간 재택근무 중이라 들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오스틴 장관이 입원했을 당시 힉스 부장관은 푸에르토리코에서 휴가 중이었으며, 간헐적으로 장관의 임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방부가 오스틴 장관의 입원을 늑장 공개한 데 대해 미 국방부 기자단은 거세게 항의했다. 팻 라이더 대변인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새해 연휴 기간 있었던 일에 관해 설명했지만,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 국방부 기자단은 라이더 대변인과 크리스 미거 공보 담당 보좌관에게 서한을 보내 "오스틴 장관이 나흘이나 입원해 있었는데도 5일 늦게서야 대중에게 알린 데 대해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오스틴 장관은 5일 직접 성명을 내고 "투명성에 대한 언론의 우려를 이해하고 대중에 적절하게 정보를 더 잘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내 의료 수술이었으며, 공개 여부 결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