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상 딛고 날아오른 피겨왕자 차준환
'피겨 왕자' 차준환(23·고려대)이 은반 위를 날았다.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종합선수권 8연패를 달성했다.
차준환은 7일 경기도 의정부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8회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9.35점, 예술점수(PCS) 90.08점, 총점 179.43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96.51점으로 1위에 올랐던 차준환은 합계 275.94점으로 이시형(고려대·241.05점)과 서민규(경신중·232.62점)를 제쳤다.
차준환은 영화 배트맨 OST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첫 점프인 쿼드러플(4회전) 살코를 가볍게 뛰어올라 수행점수(GOE) 3.49 가점을 받은 차준환은 트리플 악셀도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콤비네이션 점프에선 가벼운 실수를 하긴 했으나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2017년 휘문중 시절 이 대회에서 첫 우승한 차준환은 대회 8연패를 달성했다. 외로운 독주였지만, 그는 자신을 채찍질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차준환은 "나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동기를 스스로 찾는 편"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했다. 지난달 1차 선발전(회장배)에서도 1위에 올랐던 차준환은 2024 세계선수권 출전권과 2024~25시즌 대표 자격을 획득했다.
차준환은 2022~23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선 5위를 기록했고, 2023 세계선수권에선 은메달을 따냈다. 단체전인 팀 트로피에선 이해인과 함께 선전을 펼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무려 5번이나 넣고, 4회전-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도 시도했다.
그러나 오른 발목 부상 때문에 계획이 틀어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선 9위에 머물렀고, 11월 5차 대회에는 불참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쇼트와 프리에서 4회전 점프를 한 번씩만 뛰었다. 차준환은 "부상이 있던 상태여서 안정적인 프로그램 구성을 했다. 최선을 다 해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마쳐 만족스럽다"며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시즌 후반 대회에선 회복된 모습으로 더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아직까지도 발목 상태가 좋진 않다. 진통제를 쓰기도 하고, 점프 훈련 강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회장배에 출전할 땐 "스케이트 신는 게 두려울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차준환은 "통증이 아예 없진 않다. 치료도 한계가 있어 회복을 기다리면서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했다.
차준환은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기 전 아역 모델로 활동했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그가 찍었던 초코 과자 광고가 새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오래간만에 호빵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다. 차준환은 "오랜만에 새로운 경험을 했고, 재충전되는 시간이었다"고 수줍어하며 "최선을 다 했다"고 웃었다.
이번 시즌의 절반 정도가 지났지만, 가장 큰 두 번의 대회가 남았다. 4대륙선수권(1월 30일~2월 4일·중국 상하이)과 세계선수권(3월 18일~24일·캐나다 몬트리올)이다. 차준환은 "회복이 먼저다. 클린 연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구성을 찾아가는 게 먼저다. 하지만 큰 대회에선 올 시즌 도전했던 (4회전 점프를 5회 시도하는)구성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차준환은 이번달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에 대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신지아, 김유성, 김현겸, 지니김-이나무 조가 출전한다. 올림픽을 꿈꾸는 모든 선수들에게 먼저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준비한 걸 다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정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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