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 마음뿐”이라던 권창훈…수원 팬들에 사과 하루 만에 전북 이적

김명석 2024. 1. 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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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을 떠나 전북 현대로 이적한 권창훈. 사진=전북 현대

권창훈(29)이 K리그2(2부)로 강등된 수원 삼성을 떠나 전북 현대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군 전역 후 수원으로 복귀한 지 반 시즌 만이자, 수원 팬들에게 지난 시즌 후반기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근황을 전하면서 거듭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한 지 하루도 채 안 된 시점이다.

전북 구단은 7일 자유계약(FA) 신분이던 권창훈의 영입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권창훈은 현재 재활 중이지만, 전북 구단은 “권창훈의 빠른 복귀를 위해 국내 최고인 축구팀 주치의와 메디컬 팀이 협력해 재활과 기량 부활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약 기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권창훈의 마지막 출전 기록은 지난 시즌 K리그2 김천 상무 소속이던 4월 서울 이랜드전이다.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은 지난해 6월에 부임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수원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개인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수원 팬들에게 고개를 숙인 지 하루도 채 안 된 시점이다. 권창훈은 “우선 수원 삼성 블루윙즈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선수 생활 내내 수원 팬분들의 응원을 꾸준하게 받아온 제가 결국 팀이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고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올해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했고 그 상태로 전역했다. 당시 수원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고, 빠르게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치료와 재활을 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정말 단 1분이라도 뛸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재활에 임했다. 축구 선수답게 그라운드에서 인사드린 후에 제 사정을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시즌 내에 복귀하지 못했고 결국 시즌 아웃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권창훈은 또 “중간에 제 상황을 말씀드려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무엇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괜히 저까지 선수단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팬분들께 답답함만 드린 것 같아 정말 너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많이 걱정해 주시고 찾아주신 팬분들께 이렇게 늦게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저에게 주신 과분한 사랑 잊지 않고 평생 감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권창훈의 이같은 사과는 그가 수원을 떠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원 팬심이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권창훈은 지난해 군 전역 후 유럽 무대 재진출을 추진하다 무산되면서 거취가 불투명해지자 단기계약을 통해 친정팀 수원에 복귀했다. 자칫 선수 커리어가 끊길 수도 있었던 상황에 가까스로 친정팀 수원과 동행을 이어간 것이다. 그러나 수원 입단 후 그는 좀처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팬들은 그와 관련된 소식조차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 수원이 역대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되자 탈출이라도 하듯 전북으로 향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수원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거셌다. 권창훈이 뒤늦게나마 SNS를 통해 심경을 전한 배경이었다.

지난 2021년 수원 삼성 시절 권창훈. 사진=프로축구연맹

그러나 수원 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지 하루도 채 안 돼 전북 이적이 공식화되면서 수원 팬들의 실망감은 분노로 바뀌게 됐다. 권창훈은 수원 유스인 매탄고 출신 선수로 그동안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 데다, 과거 구단도 그의 유럽 진출 의지를 존중해 적극적으로 돕는 등 구단에서는 상징적인 존재였기 때문이다.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K리그로 돌아올 때 수원으로 돌아왔던 것, 구단 역시 당시 팀 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해 준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비록 지난 시즌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도움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올 시즌 수원과 동행을 이어가면서 재승격 도전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감이 컸던 것 역시 권창훈에 대한 팬들의 애정이 컸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표현대로 과분한 사랑을 밝힌 팬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그러나 권창훈의 답은 늦어도 너무 늦은 SNS 사과, 이마저도 하루도 안 돼 이적이 공식 발표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 사과였다.

전북 이적이 공식 발표된 직후 권창훈은 전북 유니폼을 입고 구단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전북 이적 소감과 포부 등을 밝혔다. 그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전북에서 감사하게도 가장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다.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격려와 도움을 많이 주시려고 했다. 전북에 올 수밖에 없던 이유였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회복은 잘 되고 있다. 수술도 잘 됐고 경과가 나쁘진 않다. 빠른 시일 내에 경기장에서 찾아뵐 수 있도록 차근차근 잘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전북에 와서 경기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전북 팬들의 팬층이 얼마나 두껍고 또 엄청난 열정으로 응원해 주시는지 저도 봤다. 어떤 것보다 제가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창훈을 품은 전북 구단은 “일찍부터 대한민국에서 축구 실력을 인정받은 최고의 스타”라며 “권창훈이 현재 재활의 시간이 다소 필요하지만,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라며 선수가 가진 능력이 워낙 출중해 전북에서의 재기를 굳게 믿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현대 이적 후 구단과 인터뷰 중인 권창훈. 사진=전북 현대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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