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하면 나오는 독특한 걸음걸이…연쇄살인범 이렇게 잡혔다

최모란 2024. 1. 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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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와 양주시에서 60대 다방 업주 2명을 잇따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 모 씨가 5일 밤 강원도 강릉에서 검거돼 지난 6일 새벽 경기 고양시 일산서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이 씨는 절도 혐의로 수감된 후 지난해 11월 출소해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살인을 저질렀다. 뉴스1

60대 다방 업주 2명을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를 받는 이모(57)씨가 검거 전까지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를 수차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만 사용하고 3~4차례 옷을 바꿔 입는 등 치밀하게 도주했지만, 술에 취하면 나오는 독특한 걸음걸이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7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다방에서 혼자 영업하던 6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6일 만인 지난 5일 오전 8시 30분쯤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 다방에서 60대 여성업주 B씨를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씨는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3~4차례 옷을 갈아입으며 치밀하게 도주했다. 출소 후 동생이 개통해 준 휴대전화가 있었지만, 범행 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현금만 이용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추적을 피했다. 지난달 30일 고양시에서 A씨를 살해한 이씨는 가게 안을 뒤져 30만원 정도를 훔친 뒤 지하철을 타고 경기 파주로 이동했다. 이후 자신이 머물던 고시원에서 옷을 갈아입은 이씨는 지난 2일 오후 6시 30분쯤 파주의 한 주점에서 무전취식한 뒤 3~4만원 정도가 든 돈통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와 양주시 다방 살인사건 범인 이모(57)씨를 공개수배 전단지. 연합뉴스


다시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로 간 이씨는 한참을 배회하다 양주로 향했다. 이어 지난 5일 양주에서 B씨를 살해한 뒤 30만~40만원을 빼앗아 택시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다. 이후 다시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에선 옷을 뒤집어 입은 뒤 버스터미널이나 지하철·기차역이 있는 동대문구·중구·용산구·서초구·광진구 등을 돌아다녔다. 이후 강원 태백시로 이동한 뒤엔 시장에서 옷을 사 입었다. 검거 당시에는 태백 옷차림이 또 달라져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씨는 이처럼 치밀한 도주행각을 벌였지만, 독특한 걸음걸이까지 숨기진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로 파악한 결과 이씨는 술을 마시면 몸을 구부정하게 하면서 독특한 걸음걸이로 걸었다”며 “이씨의 발견한 후에도 옷차림이 다르고 어두운 곳으로 이동해 긴가민가했지만, 걸음걸이 때문에 이씨라는 걸 확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릉에서 검거될 당시 이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

다방 업주 연쇄 살인 피의자 이모(57)씨 걸음걸이. 사진 SBS캡처


경찰은 이씨에 대한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 생활을 오래 하면서 스스로 약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술만 먹으면 강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돈을 훔치려고 한 것은 맞지만,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전날(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실질심사는 7일 오후 4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다.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의 얼굴과 나이, 이름 등 신상정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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