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와의 전쟁 한창인데…‘온라인 암표 처벌법’ 통과 하세월 [국회 방청석]
현행법 ‘오프라인 암표’만 처벌해 한계
관련 개정안 4건, 국회 행안위 계류
“50년 된 경범죄 처벌법 뜯어고쳐야”
오는 3월부터 공연법 개정으로 ‘매크로(자동입력반복)’를 활용한 예매와 웃돈 암표 거래에 대한 법정 제재 수단이 생기지만, 매크로 사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공연법 개정안이기 때문에 스포츠나 다른 분야에서의 불법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
앞서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은 지난 1일 총 10회에 걸쳐 2월 1일까지 예정됐던 소극장 콘서트의 예매분 전체를 취소했다. 암표 행위로 인해 티켓 가격이 3배 이상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게 이유다. 장범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며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콘서트를 연 가수 성시경도 티켓 판매사와 매니저까지 부정 거래 적발에 나섰지만 이를 막지 못해 결국 1인당 1매씩 현장 판매에 나섰다. 또 지난해 9월 팬 콘서트를 진행한 아이유는 암표 거래 신고자에게 해당 티켓을 포상하는 ‘암행어사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공연 암표 신고 역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는 2020년 359건에서 2년 만에 4224건으로 훌쩍 뛰었다. 그야말로 ‘암표와의 전쟁’인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불법 암표 매매를 적발하고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 암표 매매는 현행 경범죄 처벌법 규제를 받는데,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법을 위반하면 2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처벌을 받는다.
문제는 법이 너무 오래돼 지금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50년 전 만들어진 이 법은 오프라인에서의 암표 매매를 처벌하는 근거가 될 뿐, 온라인에서의 거래까지는 처벌할 수 없다. 처벌 수위가 약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암표 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경범죄 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양기대 의원 안은 온라인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행위 또한 암표 매매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맹성규 의원 안은 암표 매매의 구성 요건에서 ‘장소’를 삭제,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상습적·영업적 암표 매매를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용 의원 안은 온라인 등 정보통신망상 암표 매매를 경범죄 처벌 대상으로 추가했다. 이태규 의원 안은 온라인 암표 매매뿐 아니라 중개 행위 역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온라인 암표 매매 규제 강화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행 경범죄 처벌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행법에서는 암표 매매 금지의 장소를 오프라인 공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암표 매매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배성희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미국은 주마다 자동 구매 프로그램에 의한 티켓 구매 자체를 규제하거나 아예 암표 판매에 대해 소송을 걸어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강력하게 규제하는데,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다”며 “경범죄 처벌법상 암표 매매 금지 장소의 범위를 온라인으로 넓히고,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를 감시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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