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교재도 사고판다?...월 1만건 거래된다는 ‘이 회사’ 어디?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1. 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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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학원 다녀본 이들이라면 안다. 교과서, 문제집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게 유명 강사 교재라는 걸. 이것 때문에 서울 유명 학원으로 주말이나 방학 때면 해외파, 지방 학생도 서울로 오는 사례도 많다. 그뿐인가. 대학생 과외 선생 중에서도 자신만의 ‘비법 노트’를 전수해줘 학부모 사이에서는 ‘이 선생님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때 전문용어로 교과서, 문제집을 1차 저작물, 학원교재, 비법노트를 2차 저작물이라고 한다.

문제는 2차 저작물 거래 때 발생한다. 유명 일타강사가 본인의 노하우가 담긴 2차 저작물을 판다는 소문이 들리면 가장 도끼눈을 뜨는 곳이 교과서, 문제집 출판사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법률검토하기 위해서다. 기껏 열심히 오리지널판(원본)을 만들어놨더니 돈은 딴 사람이 벌려 하니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일타강사는 일타강사대로 할 말이 많다. 아무리 원본이 있다 해도 본인이 이를 부교재로 잘 소화시켜서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했으니, 엄밀하게 따지면 ‘재창조’했다고 보는 것이다.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 (북아이피스 제공)
이런 간극에 주목, ‘오리지널판 저작권을 가진 곳에 로열티를 내게 하면서 부교재 시장을 활성화시키면 시장참여자 모두 행복할 수 있겠다’며 창업한 이가 있다. 윤미선 북아이피스 대표다. 윤 대표는 “이 시장이 알아보니 1조원이 넘는데 법적 문제 때문에 음성적(교재 무단 복제, 사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것만 양성화해도 교육 선택권 확대, 사교육비 경감 등 여러 이점이 생기겠다는 문제의식에 덜컥 창업(2020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2차저작물 거래 플랫폼 ‘쏠북’. (북아이피스 제공)
윤 대표는 창업 후 2년 간 개발 과정을 거쳐 ‘쏠북’이라는 2차 저작물 거래플랫폼을 만들었다. 개발 과정에서 우선 저작권 해결을 위해 교과서, 문제집 IP를 보유한 회사를 적극 접촉, ‘이들에게 정당하게 로열티를 지급하겠다’고 설득했다. 그리고 플랫폼에 참여한 출판사의 교과서, 교재로 만든 2차 저작물만 유통할 수 있게 플랫폼을 설계했다. 그리고 학원, 유명 과외 교사를 적극 유치했다. 2022년부터 쏠북을 통해 슬슬 거래가 시작되더니 2023년 하반기부터 월 1만건의 거래가 성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사가나?’ 했더니 아니었다. 의외로 전국에 있는 교사, 학원강사 구매율이 더 높았다. 월 3~5만명의 교사가 쏠북에 방문, 콘텐츠 구매를 하고 있다고. 쏠북이 활성화되자 원저작권자(출판사) 참여도 크게 늘었다. 이들 업체 입장에서는 부가수익이 일어나기 때문. 학원강사, 과외교사 입장에서도 쏠북은 반갑다. 음성적으로 거래하던 것을 양성화해줬으니 대놓고(?) 부교재를 유통시킬 수 있어서다. 덕분에 한 학원의 교재개발팀은 쏠북으로 월 2000만원 가까이, 또다른 개인 과외교사는 월 300만원 이상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북아이피스는 이런 부교재가 거래될 때마다 거래금액 중 원저작권자에게 로열티(10~15%)를 지급하고 일정 부분 수수료(5~10%)를 받는다. 이런 사업 모델을 인정한 여러 투자회사는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는데도 이 회사에 지난해 말 기준 누적 58억원(시리즈A)을 투자했다. 지난 연말 북아이피스는 ‘2023 서울시-금융투자협회(K-OTC) 공동 스케일업 IR(Investor Relations)데이’에서도 우승, 3000만원을 지원받기도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윤미선 대표와 일문일답 형태로 풀어봤다.

지난 연말 북아이피스는 ‘2023 서울시-금융투자협회(K-OTC) 공동 스케일업 IR(Investor Relations)데이’에서도 우승했다. (북아이피스 제공)
Q. ‘덜컥’ 창업했다고 했는데 우연만은 아닌듯 하다.

A. 사실 과거에도 성인 직무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봤다. 3년 정도 운영해봤는데 그때는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도 사업성을 인정받아 교육 전문 기업인 ‘에스티유니타스’에 재능인수된 바 있다. 에스티유니타스에서 3년 간 근무하는 조건이었는데 이때 실무를 많이 배웠다. 초중고 학원과 강사를 담는 플랫폼을 총괄했는데 그 때 교재 저작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교육 현장에서 좋은 교육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는데도 교재 저작권 해결이 어려워 널리 쓰이지 못하고 사장되고 있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면 좋은 교육콘텐츠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더 잘 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2020년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Q. 그 시기면 코로나19 때문에 시장이 얼어붙었을 시점이 아니었나.

A. 그랬다. 그래서 학교부터 학원, 과외까지 모두가 온라인 기반의 수업으로 급히 전환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기회가 보였다. 교재의 무단 복제본이 많이 유통되고 쓰였는데 학원, 강사, 출판사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오히려 서비스 출시 준비를 서두를 수 있었다. 교육콘텐츠를 편리하게, 또 합법적으로 구하고 쓸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더욱 필요한 시기였으니까.

Q. 구체적으로 사업모델을 어떻게 짰나.

A. 좋은 교재가 더 잘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저작권 걱정 없는 디지털 교재 플랫폼’으로 명명했다. 크게 사업모델은 3가지다. 교과서와 참고서 라이선스 거래, 그에 기반해 파생 제작된 학습자료 거래 과정에 플랫폼 거래 수수료가 대표적인 수익모델이다. 여기에 더해 AI가 알아서 시험지(2차 저작물)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B2B 전용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참여자의 이용 활성화를 위해서다.

북아이피스 수익모델은 교과서와 참고서 라이선스 거래, 그에 기반해 파생 제작된 학습자료 거래 과정에 플랫폼 거래 수수료다. (북아이피스 제공)
Q. 40대 창업인데 두려움은 없었나.

A. 오히려 경험, 전문성이 쌓였다는 점에서 이점이 많다. 열심히 쌓아왔던 교육 분야의 출판, 학원 네트워크와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쌓아온 다양한 직무 경험들, 고군분투했던 노력들이 실제 업무 진행에 많은 도움이 된다. 위기 관리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위기는 사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느낌이다.(웃음) 이때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스케일업을 이뤄내고 지속성 있는 사업으로 정착시킬 때까지 버티려고 노력 중인데 직장 생활 때 목표에 집중, 근성으로 이뤄냈던 과거 작은 성공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특히 첫 창업 때 재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Q. 윤석열정부 들어 사교육 비용 과다 관련 비판이 강해졌는데 쏠북 입장에서는 악재 아닌가.

A. 전혀 그렇지 않다. 공교육 교사 이용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쏠북이 활성화되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질을 높이고 사교육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굳이 지방 학생이 유명강사 교재 때문에 서울에 안 오게 할 수 있어 서울과 지방 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교재 비용 경감으로 부모 소득 격차에 따른 차별 등을 줄여나갈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한 대학생 과외 선생은 쏠북 덕분에 등록금, 월세를 낼 수 있게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청년 재능거래’ 시장을 열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Q. 회사는 앞으로 어떻게 키울 계획인가?

A. 올해 스케일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1년 여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스케일업에 필요한 기반을 닦아 왔다. 3월 개학을 기점으로 본격 가동되는 서비스를 통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출판사, 에듀테크, 학원, 강사는 물론 공교육 교사까지도 쏠북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산업의 중요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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