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6 아닌 TOP7, '싱어게인3' 심사위원들은 죄가 없다
[김종성 기자]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 JTBC |
JTBC <싱어게인3>가 뜨겁다. 뭐, '싱어게인' 시리즈가 뜨거운 게 하루 이틀인가. 이번 시즌도 최고 시청률 7.58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했고, 60호 가수(김수영)의 무대는 유튜브에서 600만 뷰를 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린 출연자들은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문제는 다른 뜨거움이다. 심사위원들의 공정성, 경연 도중 규정 변경으로 판이 달궈지고 있다.
5일 방송된 <싱어게인3>의 TOP6 결정전은 초유의 사태로 접어들었다. 우선, 4:4 동률이 2차례나 나왔다. 이미 같은 상황이 3라운드에서 한 번 벌어졌고, 당시 회의 장면이 불충분하게 편집됐던 까닭에 심사위원 사이에 갈등설이 불거졌던 만큼 이번 동률 사태도 지켜보기 불안했다. 만약 이번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으면 '싱어게인'은 큰 타격을 입을 게 불가피해 보였다.
한 번은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통해 평화롭게(?) 승패를 갈랐다. 신해솔(승)-리진(패). 하지만 다른 한 번은 조율에 실패했다. 심사위원들이 승자를 가리지 못한 경우에는 룰에 따라 두 명 모두 패자부활전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채보훈과 추승엽은 역대급으로 훌륭한 무대를 펼치고도 패한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다시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그만큼 박빙이었으니.
패자들의 처절한 무대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은 또 한 번 멘붕에 빠졌다. 호림, 리진, 채보훈, 추승엽, 소수빈, 임지수. 저들 중 2명만 살릴 수 있다니! 시청자들도 같은 입장이었으리라. 극심한 혼돈이 이어졌다. 이렇게 회의가 길어진 적이 있었던가. 무대 뒤에서 심사위원들의 결정을 기다리던 출연자들도 초조함을 드러냈다. 답을 내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결국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저도 <쇼미더머니 10> 할 때 그냥 들이받았거든요." (코드쿤스트)
"그냥 악으로 깡으로 덤벼버리려고.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싶은..." (임재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 마음, 한 명이라도 더 파이널 무대에 올리고 싶은 마음이 심사위원들을 뒤흔들었다. 코드쿤스트가 Mnet <쇼미더머니 10> 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먼저 제안했고, 최연장자인 임재범이 총대를 멨다. 제작진은 숙고 끝에 1명을 더 살리고 싶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리진, 소수빈 그리고 추승엽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싱어게인3> 파이널 TOP6는 TOP7(강성희, 리진, 소수빈, 신해솔, 이젤, 추승엽, 홍이삭)이 됐다. 어쩌면 해피엔딩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경연 도중 규정을 바꾼 부분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출연자 중 한 명을 더 올려 파이널 무대를 꽉 채우고 싶은 심사위원들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정해진 원칙을 깰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 JTBC <싱어게인3>의 한 장면. |
ⓒ JTBC |
앞서 언급했듯, 가뜩이나 4:4 동률이 되었을 때마다 석연치 않게 승패가 갈리는 상황에 의구심이 누적되어 있었던 터라 이번 논란은 불길이 크게 번졌다. 심사위원들의 객관성,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령, 추승엽과 박빙의 대결을 펼쳤던 채보훈의 팬들은 이 탈락을 납득할 수 있을까. 혹은 우승 가능성이 1/6이었던 파이널 진출자들은 1/7의 확률을 기꺼이 받아들일까.
가장 깔끔한 상황은 원칙 고수, 그러니까 과감하게 TOP6를 추려내는 것이었다. 그랬다면 아무런 뒷말이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심사위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몇 달에 걸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무대를 지켜보며 '감정이입'된 심사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욕을 먹더라도 한 명을 더 구한다. 그럴 가치가 있다.' 어쩌면 그건 인지상정에 가깝다.
제안은 심사위원들이 했지만, 결정은 제작진의 몫이었다. 처음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던 제작진은 파이널 진출자를 한 명 증원한다고 해도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심사위원들의 진심에 설득됐을 수도 있고(제작진도 출연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을 것이기에), 화제성을 위해 규정 변경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과하다.
객관성, 공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음악은 예술의 영역이기에,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미션이다. 심사위원들이 나름의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취향'에 압도 당하고 말았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 두 명의 출연자가 있다면 무엇을 근거로 판단한단 말인가. 이는 <싱어게인3>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반복된 현상이다.
또, '첫 무대에서 보여준 잠재력'과 '가능성'이 우선이냐, '지금 당장 무대에서 보여준 역량'이 우선이냐는 질문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단골 숙제이다. 심사위원들은 자신만의 심사 기준에 따라 그때마다 답을 내려야 한다. 출연자의 당일 컨디션, 스타성 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억지가 아니라면 오디션 프로그램 속 스토리텔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싱어게인3>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심사위원 동수 제도'이다. (드물기는 하지만) 4:4 동률이 발생할 때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거친다고 하나, 결국 한 쪽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또, 방송에서 회의 내용이 대부분 편집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최소한의 정보조차 얻지 못한 채 결과를 수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심사위원 동수(同數) 제도는 매우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그동안 '싱어게인'은 심사위원의 수를 8명으로 하되, 여자와 남자, 시니어와 주니어를 구분해 각각 동수로 구성해 왔다. 이를 통해 성별, 세대에 따른 취향을 담아냈다. 이는 <뉴욕타임스>, BBC 등 해외 언론사가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 실천을 위해 추진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경연 중 규정 변경은 많은 이야기를 양산할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못한 걸 아쉬워할 수 있지만, 한 명에게 더 기회를 주자는 '기분 좋은' 규정 변경을 마냥 탓하기는 어렵다. 룰 변경 사실이 공개됐을 때, 이미 파이널에 진출한 출연자들은 기꺼이 기뻐하지 않았던가. 저들은 이미 단순 경쟁의 단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경쟁에 매몰된 건 일부 시청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싱어게인4'가 나온다고 해도 심사위원 동수 제도는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홀수 체제로 변경하면 동률이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 테니 논란 자체가 없어지겠지만, 짝수 체제의 이점을 놓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동률시에 다른 해결책을 찾아내면 될 일이다. 심사위원은 늘 그렇듯 제 역할을 다했다. 우여곡절 끝에 TOP7가 정해졌다.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마음껏 즐기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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