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대표 살해기도... 해방정국을 떠올린 이유
[이희동 기자]
▲ 부산 방문 일정 중 피습 당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
ⓒ 연합뉴스 |
처음 이재명 대표 피습 소식을 들었을 때는 설마 했습니다. 피습 동영상을 보는 순간 아찔했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살해 의도를 가지고 행한 공격 행위였으며, 저 사람을 죽이고야 말겠다는 결의에 찬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피의자도 이재명 대표를 살해하려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해방정국과 현재
해방정국 때가 떠올랐습니다. 사회가 좌우로 나뉘어 주요 정치인들이 암살되었던 그 시기. 송진우, 여운형, 장덕수, 김구까지 우리는 당시 역사를 바꿀만한 정치인들을 그렇게 잃었습니다. 누구의 사주가 되었든, 그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으며 우리의 역사는 그만큼 왜곡되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만약 여운형이 살아있었더라면 대한민국의 반공주의가 지금과 같았을까요? 만약 김구가 살아있었더라면 한국의 민족주의와 보수주의가 이런 모습일까요?
해방정국 당시 그런 주요 인사 암살이 가능했던 것은 사회가 극심한 혼란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민중들은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기 어려웠고, 갓 세워진 국가는 그 정통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친일파가 경찰이 되어 오히려 독립운동가를 잡아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찌 국가를 신뢰할 수 있었겠습니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불분명한 세상.
결국 이런 국가에 대한 불신은 공권력의 약화를 가져왔고, 치안의 부재를 야기시켰습니다. 좌우로 나뉘어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법 대신 주먹을 택했고, 서로 죽이고 죽었습니다. 사적 복수가 횡했습니다. 서북청년단과 같이 권력이 청탁을 주는 테러집단이 공공연히 활동하던 그 시기에 정치를 한다는 것은 아마도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지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피습 피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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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2024년, 21세기 대한민국입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치안이 튼튼하고, 오히려 공권력이 너무 세서 문제가 되는 대한민국입니다. 게다가 현재 권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우리 사회에서 제1야당 대표가 살해당할 뻔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만큼 사회가 어지럽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보가 많은 것 같지만 오히려 그릇된 정보가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권력의 정당성은 약화되었으며, 때문에 권력이 자기의 무능과 무도함을 숨기기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시대. 이번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해미수는 우리 사회가 70~80년대가 아닌 40년대 해방정국 수준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줍니다.
아직 범인의 동기나 배후 등은 수사 중이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합니다. 시대가 이번 사건을 잉태했다는 사실입니다. 검찰과 언론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끊임없는 악마화. 그를 정점에 둔 정치혐오의 결과가 결국 이번 살해기도입니다.
현 정부는 무죄추정 원칙에도 불구하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인양 취급하며 상대하지 않았고, 보수언론들은 끊임없이 좌표를 찍으며 이재명 악마화를 확대 재생산했습니다. 극우 보수세력의 주장만을 접하는 사람에게 이재명 대표는 당장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을 것이며 어지러운 세상은 그 현실화의 공간을 열어주었습니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선진국 대한민국이 정치인에 대한 일상적인 테러를 걱정할 만큼의 수준이 되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칼에 맞아 생사를 오고 가는데 언론은 자작극이라느니, 서울 병원 이송이 문제라느니 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정상일까요?
▲ 전세사기 지원관련 조례를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최태영 의원 |
ⓒ 구로구의회 |
문제는 이런 중앙정치의 극단적인 갈등과 대결로부터 지역정치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입니다. 거대 담론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일상을 논해야 하는 기초의회가 중앙 이슈에 휘말려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특히 4월 총선이 100일 안으로 들어온 이 시점에서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최근 무산된 구로구의 '전세사기 지원조례'를 볼까요? 최태영 더불어민주당 구로구의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법률상담·긴급복지·심리상담을 제공하고 필요시 지방세 납입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구로구청도 이 조례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구로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그런데도 이 조례는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었습니다. 선심성·사업성 예산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전세사기 피해가 지금은 순차적으로 정리·마감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 여당의 논리인데, 서울시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5번째로 많은 구로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럼 왜 여당은 이 조례를 부결시켰을까요? 이는 결국 극단적인 진영논리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상대방을 협상이 아닌 투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중앙정치와 시대의 분위기가 조례의 부결을 가져온 것이라 봅니다. 최 의원은 해당 조례를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4월 총선 전까지는 조례 통과가 요원한 것이 현실입니다. 요컨대, 중앙정치가 지역정치의 원활한 작동까지 막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일부 언론은 여야의 갈등과 대립을 더욱 자극적으로 보도할 것이며,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국민들이 이 모든 것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주권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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