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우리'에서 자란 최형우, '호랑이굴' 전설로...

양형석 2024. 1. 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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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5일 KIA와 1+1년 최대 22억 계약 체결, 올해도 KIA의 중심타자

[양형석 기자]

▲ KIA 최형우, 최대 2년 22억원에 최고령 비FA 다년 계약 KIA 구단은 최형우와 계약기간 1+1년에 연봉 20억원, 옵션 2억원을 보태 총액 22억원에 다년 계약했다고 5일 발표했다. 사진은 심재학 KIA 단장(왼쪽)과 악수하는 최형우. (KIA 타이거즈 제공)
ⓒ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가 다소 조용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가 FA시장에서 내야수 안치홍, 삼성 라이온즈가 마무리 투수 김재윤과 임창민을 영입한 것에 비해 2023년 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KIA는 이번 FA시장에서 외부영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2023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활약했던 투수 이형범과 kt 위즈의 스위치히터 내야수 고명성을 데려온 것이 KIA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했던 외부영입의 전부였다.

하지만 KIA는 이번 겨울 집안단속만큼은 확실하게 했다. KIA는 2023년 11월 21일 2023 시즌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80안타 3홈런 39타점 35득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던 외야수 고종욱과 2년 총액 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해를 넘긴 후 지난 4일에는 KIA 유니폼을 입고 16년 동안 활약했던 프랜차이즈스타 김선빈을 3년 총액 30억 원의 조건에 잔류시켰다. FA를 신청했던 2명을 모두 붙잡은 것이다. 

그렇게 내부 FA를 모두 잔류시킨 KIA는 지난 5일 또 한 건의 다년계약을 성사시켰다. 팀 내 최연장자(1983년생) 최형우와 계약기간 1+1년 총액 22억 원(연봉 20억+옵션 2억)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써 최형우는 길면 만 41세 시즌이 되는 2025년까지 KIA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게 됐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강타자로 성장한 최형우가 KIA 유니폼을 입고 고향팀에서 '레전드'로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방출 설움 극복하고 삼성왕조 중심으로 활약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왕(5회) 박병호(kt 위즈)와 2018년 정규리그 MVP 김재환(두산 베어스),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한화를 거치며 거포 외야수로 활약했던 이성열(kt 육성·재활군 타격코치) 등의 공통점은 포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그의 포수 시절을 기억하는 야구팬이 거의 없지만 최형우 역시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전체 48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던 포수 출신이다.

하지만 당시 삼성에는 진갑용(KIA수석코치)이라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었고 괜찮은 타격재능에 비해 수비가 불안했던 최형우는 2005 시즌이 끝나고 삼성에서 방출됐다. 그렇게 선수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최형우는 경찰야구단이 창단되면서 경찰야구단의 창단멤버가 됐다. 그리고 경찰야구단의 초대사령탑이었던 김용철 감독은 수비보다는 타격에서 재능을 보이던 최형우에게 외야 변신을 권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최형우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최형우는 외야 전향 2년째가 되던 2007년 퓨처스리그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2군 북부리그를 평정했고 최형우를 방출했던 삼성은 연봉 5000만 원에 최형우를 재영입했다. 그리고 최형우는 2008년 1군에서 19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면서 신인왕을 차지했다. 수비가 불안하다며 팀에서 쫓기듯 방출 당했던 선수가 당당히 4번타자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최형우는 2009년과 2010년에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삼성의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잡았다.

최형우는 2011년 타율 .340 30홈런 118타점 80득점을 기록하며 타격 3관왕에 올랐다. 비록 투수 부문 4관왕을 차지한 윤석민에 밀려 정규리그 MVP 등극은 아쉽게 무산됐지만 리그 최고의 좌타거포로 올라섰다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는 성적이었다. 최형우는 2012년 타율 .271 14홈런 77타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는 도약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2013년부터 최형우의 무서운 질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과 150개 이상의 안타, 25개 이상의 홈런, 90개 이상의 타점, 80개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다. 만약 최형우가 2013년 홈런 하나와 타점 2개만 더 추가했다면 4년 연속 3할 30홈런 100타점 80득점 시즌도 가능했을 것이다. 2016년 타율 .376 31홈런 144타점으로 또 한 번 'MVP급 성적'을 올린 최형우는 2016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어 고향팀 KIA와 4년 10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고향팀 KIA와 3번의 다년 계약 체결

지금이야 100억대 선수가 제법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총액 100억 원이 주는 상징성은 대단히 특별했고 그만큼 최형우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상당히 높았다. 하지만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KIA에서 호남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리그 최고의 타자 최형우를 영입한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 최형우는 KIA 이적 첫 해 타율 342 26홈런 120타점의 성적으로 타이거즈의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KIA와의 FA계약기간 4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치지 않았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떨어트리며 타자들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떨어졌던 2019년 17홈런 86타점으로 부진(?)했지만 최형우는 2020년 타율 .354 28홈 런115타점으로 2016년에 이어 커리어 두 번째, KIA 이적 후 첫 타격왕을 차지했다. KIA는 계약기간 동안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최형우와 3년 총액 47억 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형우는 두 번째 계약을 맺은 후 2021년 타율 .233 12홈런 55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실제로 최형우는 2008년 삼성 재입단 후 가장 낮은 타율과 가장 적은 안타, 홈런, 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2022년 타율 .264 14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부진에서 탈출했지만 눈에 보이는 반등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많은 야구팬들이 40대를 바라보는 최형우가 과거와 같은 활약을 하긴 힘들 거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KIA팬들 사이에서도 최형우에 대한 기대가 작아지던 2023년 최형우는 타율 .302 17홈런 81타점을 기록하면서 팀 내 타율 2위(규정타석 기준), 홈런 3위, 타점 2위에 올랐다. 여전히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또와 함께 KIA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자격이 있는 타자임을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KIA는 건재한 기량을 보여준 최형우에게 1+1년 22억 원이라는 비FA 다년계약을 안기면서 최형우가 '마지막 불꽃'을 태워줄 거란 기대를 드러냈다.

최형우가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고 리그 최고의 좌타자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구단은 단연 삼성이었다. 하지만 최형우는 고향팀 KIA 이적 후 KBO리그 역대 최다타점(1542개)과 최다 2루타(490개) 기록을 작성하며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삼성에서 성장해 KIA에서 'KBO리그의 레전드'가 된 최형우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는 KIA와의 계약기간 동안 개인 통산 6번째 우승반지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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