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내홍’ 대조1구역 공사 중단…제2의 둔촌주공 사태 오나

조합 지도부 내분에 미납 공사비 1800억원
현대건설 “조합 갈등 해소되면 즉각 재착공”

올 들어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 재개발 공사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공사 재개 시점에 정비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 대조1구역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2022년 10월부터 1년 2개월가량 진행해온 공사를 멈췄다. 대조1구역 조합으로부터 1800억원가량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대조동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규모 아파트 245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약 3조원으로 서울 은평구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사업 중 하나다. 단지명은 ‘힐스테이트메디알레’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으며 2026년 1월 준공을 목표로 2022년 10월 17일 착공했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약 22%가량 진행됐다.

올 1월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대조1구역 재개발 현장. (연합뉴스)

현대건설이 공정률 20% 넘는 공사를 중단한 배경은 착공 이후 조합으로부터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든 공사비는 1800억원에 달한다. 계약서대로라면 총 공사비(5807억원)의 약 3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대조1구역 조합에 ‘공사비를 내지 못할 경우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아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조합은 끝내 미납 공사비를 해결하지 못했고, 현대건설은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조1구역이 공사비를 미납하지 못한 이유는 조합 내분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 초기에 일반분양을 진행해 공사비를 충당한다. 하지만 대조1구역은 조합 내분으로 지난해 상반기 예정된 일반분양이 무산됐다. 조합장 선출 과정서 발생한 이권 다툼 등으로 조합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지난해 2월부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조1구역은 지난해 9월 조합장 선출을 위해 임시총회를 열고 직무 정지됐던 조합장을 다시 조합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새 조합 집행부는 지난해 11월 분양 계약 체결 승인 등을 위한 총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새 집행부에 불만을 가진 조합원이 법원에 신청한 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과 조합장 선임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또다시 조합장이 공석이 됐다.

시장에서는 대조1구역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현대건설은 조합 내부 갈등이 정리되고, 운영 주체가 명확해지는대로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대조1구역 사태는 시공사와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둔촌주공 사태와 다르다는 분석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최근 법원이 해당 가처분 신청에 대한 보정명령을 내린 만큼, 대조1구역 공사 중단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도 점친다. 지난해 9월 선출된 조합장에 대한 효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사가 중단된 지금도 지속해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인 만큼,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조합원 분담금 증액은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 공사비, 지연 이자 등에 대한 협상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