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우호'의 경제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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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국의 한 민간 싱크탱크와의 저녁 자리가 있었는데, 옆자리에 배석한 관계자와 잠시나마 '우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한중 정치·외교적 관계뿐 아니라 상대국을 바라보는 양국 국민의 정서가 크게 악화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말이 오갔다.
한때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삼던 한국의 관광업, 요식업, 소매업 관계자들도 메마른 우호 정서와 함께 생계가 팍팍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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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국의 한 민간 싱크탱크와의 저녁 자리가 있었는데, 옆자리에 배석한 관계자와 잠시나마 '우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한중 정치·외교적 관계뿐 아니라 상대국을 바라보는 양국 국민의 정서가 크게 악화하고 있는데 대한 우려의 말이 오갔다. 얼마 전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에 이어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이웃국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도 나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호감을 가지지 않는 나라의 불행을 기쁘게 생각하는 일부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중국에서는 한 지역 방송국 앵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 지진이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일종의 '보복'을 당한 것이라 발언했다가 최근 업무정지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잘됐다'는 뉘앙스의 댓글은 참으로 문제가 있다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우리나라의 댓글 창에서도 얼마간 그런 심리가 창궐했다는 점을 곱씹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과 관련된 보도에 어떠한 표현을 일삼는 댓글이 달리는지, 이 관계자가 번역해본 적 없기를 속으로 바랐다.
뒤이어 앞으로 양국 우호 정서를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도 나눴지만 그 주제의 대화는 길게 이어질 수 없었다. 절차와 결과가 비교적 분명한 정치·외교와는 다르게 정서라는 것은 정부나 특정 단체가 방향을 설정해 유도하기 힘든 게 사실. 과거 우호 관계라 할 수 있었던 옛 시절을 공유하며, 당장 좋아질 방법은 없는 것 같다는 심심한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탕후루와 마라탕, 크게 사랑받는 판다 푸바오의 얘기를 꺼냈다. 그 역시 자신이 며칠 전에도 서울을 다녀왔고, 한국의 사찰 음식을 참 좋아한다며 그 조리법과 맛에 감탄했다.
우호 정서란 것은 손에 잡히거나 딱 떨어지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그나마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늘날 양국 간에 '그것'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정도다. 중국에 진출해 사업이 제법 좋은 성과를 내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기업들은 그 사실을 한국에 알리기 꺼린다. 중국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정서로부터 비호감의 화살을 맞을까 두려워서다. 여론에 크게 휘둘리는 소비재 기업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때 중국인을 주 고객으로 삼던 한국의 관광업, 요식업, 소매업 관계자들도 메마른 우호 정서와 함께 생계가 팍팍해졌다고 한다. 지인 중에는 수년 만에 아예 직업을 잃고, 전혀 관계없는 직종을 전전하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메이저 여행사에서 중국을 담당하다가 느지막이 도전해 공무원이 된 친구도 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통상학이 대학에 신설되고, 중국어 어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던 사회적 분위기가 까마득한 옛날 일이 됐다.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이들과, 좋은 인연과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그 우호의 마음을 숨긴다. 그렇게 전문가는 점점 자취 감추고, 그간의 모든 투자를 무위로 돌린다. 그 사이, 어떤 기회와 가능성이 상실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의 경제적 가치가 얼마일지는 가늠할 길이 없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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