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엇나간 침체 전망...안전벨트를 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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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누굴 만날 때마다 경기침체가 언제 오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아마도 저는 평생 그 얘기를 해야겠지요."
2024년 새해를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거시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 쓴 웃음과 함께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다만 새해는 거시경제학자로서도, 삼의 법칙 고안자로서도 '경기침체가 올까'라는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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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누굴 만날 때마다 경기침체가 언제 오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아마도 저는 평생 그 얘기를 해야겠지요."
2024년 새해를 앞두고 화상으로 만난 거시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 쓴 웃음과 함께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사적인 자리에서조차 이런 질문이 쏟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한층 고조된 탓도 있겠지만, 바로 그가 ‘삼의 법칙(Sahm’s rule)’을 고안한 인물이어서다. 2019년 공개된 삼의 법칙은 실업률을 기준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여부를 감지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1970년 이후 과거 침체 사례에서 모두 유효하게 확인됐다.
삼 박사의 해당 발언은 준비한 질답을 모두 마치고, 앞서 삼의 법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냐는 개인적 질문에 뒤따랐다. 삼 박사는 과거 소비지출·재정 부양 전문가로서 연방준비제도(Fed)에서 근무했던 경험 등을 하나씩 털어놓으며 침체 시 즉각 효과적인 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는 일종의 ‘자동안정장치’를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부양책 적용을 위한 일종의 기준점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시장이 삼의 법칙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대체할만한 '경기침체 리트머스지'로 여기고 있는 것에도 우려와 경계를 표했다.
다만 새해는 거시경제학자로서도, 삼의 법칙 고안자로서도 ‘경기침체가 올까’라는 질문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삼 박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올해 미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지만, 자칫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나쁜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리스크에 대한 질문에도 "나는 미 경제의 연착륙을 예상하지만, 무조건 확실한 것은 없기에 리스크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신중한 부연은 1년 전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경기침체 전망은 절대 쉽지 않다. 과거 사례를 봐도 순항하던 경제에 갑작스러운 침체가 닥친 경우가 곧잘 확인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연착륙을 기정사실화했던 1989년 말, 2000년 말, 2007년 말 등을 이러한 사례의 대표격으로 꼽았다. 당시 Fed 당국자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낙관적 경제 전망이 쏟아졌지만 불과 수주, 수개월 후 미 경제는 침체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몇달 전 "Fed의 전망은 100% 틀렸다"면서 모든 잠재적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해 금리 결정 투표권을 갖고 있는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지난주 "예측은 어렵고, 조건은 항상 바뀐다"면서 "안전벨트를 매라. 설사 연착륙이 예상되더라도 그것이 적절한 프로토콜"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2024년은 ‘선거의 해’다. 당장 미·중 관계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부터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멕시코, 러시아, 유럽연합(EU) 의회 등 전 세계에서 최소 65개국이 올해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그 가운데 전 세계의 눈이 가장 집중된 곳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이다.
커진 불확실성 속에서 정치가 경제를 뒤흔들, 격동의 한 해가 시작됐다. 미 정치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도 때마침 새해 경고를 내놨다. "세계에서 유례없었던 가장 격렬한 민주주의의 해를 맞아, 안전벨트를 매라." 모두들 안전벨트를 찾는 시기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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