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통계조작' 첫 구속 기로…文에게도 칼끝 향할까

김준영 2024. 1. 7.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1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 실질심사)이 오는 8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지난해 9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관련자들이 구속 기로에 서는 것이다. 통계조작 의혹은 문 정부의 핵심 인사가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른 사건인 만큼, 영장 발부 여부에 수사 탄력 속도는 물론 정치권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은 지난해 9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현미 “집값 11% 올랐다”…尹 정부 감사원 “조작” 결론


통계조작 의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등이 소득 주도 성장, 부동산 정책 등 핵심 정책에 유리하게끔 한국부동산원과 통계청 등을 압박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윤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주택도시비서관·국토교통비서관, 국토부 1차관을, 이 전 청장은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을 지내며 사건에 가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통계법 위반 등)를 받는다.

의혹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제기됐다.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 효과가 90%”(2018년 5월, 문 대통령) 등 시장 지표와 정부 발표가 어긋나던 차에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018년 8월 경질되면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황 전 청장은 퇴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고, 후임 강신욱 전 청장은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7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경제에 관한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야권(현 여권)을 중심으로 통계 조작설이 제기돼오다 2020년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지난 3년간 서울 집값이)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말하면서 여론이 크게 들끓었다. 진보 진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도 “문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며 “국민을 기만했다”고 반박했을 정도였다.

이런 의혹들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감사원 감사 끝에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등은 통계청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했다”며 특히 부동산 통계와 관련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5일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수사 선상 오른 22명…구속 여부에 윗선 수사 촉각


감사원 감사로 검찰에 넘어온 수사 대상은 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 22명이다. 사건을 배당받은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 송봉준)는 배당 16일 만인 지난해 10월 5일 통계청·한국부동산원·국토부 등을 압수수색했고, 지난달 22일엔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제 윤 전 차관 등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검찰로서는 처음으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4·10 총선이 코앞이라 정치권도 영장 발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 부의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의 국기 문란 통계조작 범죄. 윗선, 몸통까지 철저히 수사해 엄벌해야 한다”고 썼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순차 공모 구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는 아래부터 시작해 윗선으로 수사망을 조여간다”며 “감사원에서 객관적인 물증과 담당자 녹취를 확보해 넘긴 만큼, 법원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할 경우 윗선까지 수사가 쉽게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직접 지시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수사 개시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검찰이 감사원이 수사 요청한 통계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5일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은 당일 검찰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미래고용분석과 등에서 관련 자료를 살피는 모습. 연합뉴스


반대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수사가 부실했다는 중간 성적표를 받게 되는 만큼, 윗선 수사가 어려워지는 건 물론 역풍에 시달릴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발표 직후부터 “표적 감사”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고 문 전 대통령도 직접 “문재인 정부 고용률은 사상 최고”라고 반박했다. 율사 출신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도 무리하게 구속하려다 지난해 9월 영장이 기각됐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도 기각될 경우 검사 독재 정권에 대한 심판론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