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품절 언제까지…정부 新대응책 통할까
정부, 민간협의체 통해 공급·수요 원인별 해결책 수립 계획
의약품 사재기 단속도 최초 실시
약국 등 현장 반응 ‘긍정적’…‘품절약 법안’ 입법 촉구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수급이 불안정한 의약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그 실태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감기약 등 필수성은 낮으나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약물들이 수급 불안정을 겪으며 정부 개입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 만큼 원인별 대책을 단계별로 제시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는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 생산업체 부족, 감염병 유행으로 인한 수요 증대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발생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조제용 시럽의 경우 국내 생산업체가 단 1곳 밖에 되지 않아 수요 대비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다. 항암제 ‘5-플루오르우라실(5-FU)’는 위탁생산업체의 공정 개선 과정이 지연되면서 지난달 초부터 한 달가량 수급이 끊겼다.
방역조치 완화 이후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동시 확산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감기약 1843개 품목에 대한 제약사의 공급 현황을 보면, 2022년 4분기와 비교해 2023년 4분기 감기약 공급은 6% 정도 증가했다. 독감 치료제인 ‘오셀타미비르 캡슐’만 해도 같은 기간 공급이 323%나 늘었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수요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대폭 확대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처방량을 따라잡기 어려웠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단체 등이 포함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수차례 논의를 거쳐 대응책을 내놨다.
먼저 채산성 부족이 주요 원인이던 아세트아미노펜, 슈도에페드린 등 6개 성분에 대해서는 약가 인상과 원료 수급 행정 지원 등을 통해 제약사 생산을 독려한다. 또 약국별 특정 의약품 구매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전에 제약사 물량 상황을 공유하고, 약국 수요 및 규모에 따라 분배 계획을 수립해 의약품을 균등하게 나눌 방침이다.
아울러 의약품 사재기를 막기 위한 단속도 처음으로 펼친다.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병원과 약국 약 400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재고량, 조제기록 등 사용증빙서류 등을 중점 점검해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관할 보건소를 통해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취한다.
약국 등 현장에선 이번 대책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현장조사 등 단속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한 약사단체 관계자는 “현장조사는 지난해 9월부터 대한약사회와 논의했던 부분이다”라면서 “약국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회원들도 사전에 모두 공문을 받은 터라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수급 부족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만큼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매점매석으로 의약품 유통 흐름을 막던 부분을 해소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다만 현장조사가 의약품 수급 부족 상황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품절약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복지부는 정부에 의약품 긴급 생산·수입 명령권을 부여하는 ‘품절약 민관협의체’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은 오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지난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년 교례회에서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소위원회에서 의약품 공급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품절약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위원회가 생기면 신속한 품절 의약품 지정이 가능해지고, 제약사에 의약품 긴급 생산이나 수입 명령도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본다. 입법을 위한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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