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금배지'는 계양구? 비례? [평론가 4인에게 물었다 ③]
"팬덤 의존에 정치철학 부재…중도확장 관건"
"흉기 피습은 사법리스크·이낙연 신당 영향"
李 출마 여부·총선 역할론 두고는 각기 이견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윤석열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는 22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집권 중반기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총선 결과에 따라 안정적 국정 기반을 얻느냐 또는 레임덕의 늪에 빠지느냐가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하며 여야 미래 권력들의 운명도 걸렸다. 바야흐로 정치의 해다.
데일리안은 갑진년 새해를 맞아 대표적인 정치평론가 4인 박상병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 이종근 시사평론가,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가나다순)을 모시고 △윤석열 정부 평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과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리더십 △22대 총선 전망을 물어봤다. [편집자주]
2021년 10월, 20대 대선 경선 막판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으로 인한 리스크가 불거졌지만 결국 50.29%의 득표율로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2022년 3월 치러진 대선에서는 0.73%p 차이로 성패가 갈렸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들은 잠행을 택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졌지만, 이재명 대표에게만은 예외였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우호 여론에 힘입어 이 대표가 빠른 시일 내 정치 행보를 재개해야 한다는 '조기 등판론'도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다시 정계에 복귀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9 대선 패배 후 단 2개월 만이었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다만 이 같은 행보를 두곤 국회의원직을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사용한다는 비판 여론 또한 만만치 않았다. 이 대표는 지선 당시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맡았는데, 지역구에선 금배지를 획득하는데 성공했지만 당은 지선에서 참패했다.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이 대표는 같은 해 8·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전당대회 기류가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흐르면서,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등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여전히 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성남FC 관련 배임 및 뇌물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리스크에 더해 국민의힘이 계양을에 '자객공천'까지 준비하면서, 이 대표가 갖고 있는 고민과 정치적 부담은 상당하다. 새해 벽두인 지난 2일 괴한의 흉기 피습까지 당해, 이 같은 상황이 민주당 내부 상황과 총선 성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역시 이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정치평론가 4인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 관련 일문일답.
-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불체포특권 포기부터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 내홍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당 내홍에 있어 별다른 수습책이 언급되지는 않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나.
▲ 박상병 = 공천권을 무기로 한 강력한 리더십으로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이다. 공천에서 탈락할 인사들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라, 핵심은 공정한 공천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홍보다 인적 쇄신이 더 중요하다. 내홍은 감수할 부분이며, 인적 쇄신은 피할 수 없다.
▲ 신율 = 팬덤에 의존한 리더십이다.
▲ 이종근 = 이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철학의 부재다. 자신이 당장 표를 얻지 못할지라도 옳다고 믿는 것은 공론의 장에서 끝까지 설득해 내려는 의지는 없고 그때그때 표를 얻기 위한 발언들만 해왔다. 또한 불리한 의제는 말을 안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것도 리더십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 국민들이 병립형으로 선거구제를 바꾸려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위성정당을 가능케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집한다는 것인지 알고 싶다는데 수십일째 꿀 먹은 벙어리다.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것이 168석 정당의 대표가 보여주는 리더십인가.
▲ 최병천 = 이재명 대표는 색깔이 강한 캐릭터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다. 한국갤럽은 지난해 11월 4주차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0%, 잘못하고 있다는 36%였다. '진보'라고 답한 사람 중에는 잘하고 있다 48%, 잘못하고 있다가 49%였다. '중도'라고 답한 사람 중에 잘하고 있다 29%, 잘못하고 있다 60%가 나왔다. 선거 승리는 '진보+중도 다수자 연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진보층에서는 반대가 1%p 더 많고, 중도는 호의적 평가보다 비판적 평가가 2배 이상 많다. 이 지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이재명 리더십으로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배타적 팬덤' 경향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의원제 폐지 등 권리당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도 강화된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강성 팬덤은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는가.
▲ 박상병 = 강성팬덤은 단기적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에 결정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민주당 및 이 대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큰 걸림돌이다. 당내 민주적 토론과 건강한 경쟁을 왜곡시키면서 민주당을 구태정당으로 변질시킬 것이다.
▲ 신율 =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완전히 바꾸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되면 비명계가 당내에서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 '이낙연 신당'의 가시화 가능성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 이종근 = 팬덤 정치는 어떤 쪽의 정당이든 그 몸통에 기생해서 숙주를 파괴시키는 기생충과 같다. 정당의 당원은 특정인을 숭배하는 자들이 아니라 그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다. '정당의 강령은 내 알 바 아니고 난 내가 숭배하는 특정인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사고를 지닌 사람들은 열린 민주주의의 적이고, 정치가 아니라 종교이자 응원이 아닌 숭배이다. 이들이 정책을 갖고 토론을 벌이며 대안을 외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저 수박깨기만 할 뿐이다.
▲ 최병천 = 정치에서 지지층의 '배타적 팬덤' 경향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 강력한 지지를 받던 정치지도자들의 지지층 역시 '배타적 팬덤' 경향이 어느 정도 있었다. 박정희·김대중·김영삼·노무현·박근혜·문재인이 모두 그랬다. 오히려 핵심 문제는 '팬덤에 안주하는' 정치를 할 것인지, '중도로 확장하는' 정치를 할 것인지의 문제다. 한국은 소선거구제이며, 대통령제 국가다. 중도를 포용하지 않으면 총선도 승리할 수 없고, 대선도 승리할 수 없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팬덤에 안주하면' 중도확장에 실패하게 될 것이다. 지지층을 설득하고, 중도확장을 하는지 여부는 지지자들의 몫이 아니라, 리더와 당의 몫이다.
-이재명 대표가 현재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다시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비례대표 출마설에도 동시에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 당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현재의 지역구와 비례라는 선택지 중 어떤 것을 받아드는 게 나을 거라 보는가. 이 대표의 총선 역할론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까.
▲ 박상병 = 이재명 대표는 22대 총선에서의 인적 쇄신에 마중물이 돼야 한다.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적절하며,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해서 전면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구는 3~40대 참신한 여성 인재를 발탁해서 공천한다면 최적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 신율 = 원래는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사법리스크가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의원 배지를 다는 것이 다시금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비례로 나갈지 아니면, 지역구 출마를 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 이종근 = 이재명 대표가 총선에서 민주당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대표에서 물러나고 공천권을 내려놓는 것이다.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는 자는 공천권을 갖기는커녕 공천을 받을 수도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줘야 민주당이 다시 김대중·노무현을 배출한 정통성 있는 정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최병천 = 이재명 대표의 인천 계양을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 여부가 총선 판세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렇든 저렇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를 중심으로 총선을 치룰 때, 민주당의 중도확장에 제약이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는 2016년 문재인~김종인 비대위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성공했던 원인은 문재인 대표와 반대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지명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는 '문재인+김종인의 정치연합' 성격을 갖게 됐고 중도확장이 가능해졌다. 이재명 대표는 '반대되는 캐릭터'를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총선을 100일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민주당 내부 상황, 총선 판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하나.
▲ 박상병 = 가해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와 같은 행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 당원일 수도, 민주당 당원일수도, 반대로 심신이 미약한 사람일 수 있다. 만약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하면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해야 한다. 근래에 집권여당의 당원이 야당 대표를 습격한 경우는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개인적인 불만을 갖고 있는 시민이 한 것이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피습 때도 민주당 내부의 문제였다. 반면 민주당 당원이라고 할 경우는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가 상당 부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은 물론 하겠지만, 오히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그런 계기가 될 것이다.
▲ 신율 = 총선 판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 진영에서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우선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사법리스크의 지연이다. 재판이 연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민주당의 분열 구도이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이나 원칙과상식이 나름대로 모종의 조치를 취하려고 했는데, 지금 당장 할 수가 없게 됐다. 정치라는 것은 타이밍이다. 타이밍 차원에서는 힘들게 됐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진 않다.
▲ 이종근 = 피의자의 의도와 별개로 지금 피습 사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이낙연 전 대표일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을 본격적으로 차려야 하고, 그러려면 각을 세워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신당을 차렸을 때 사람들이 주목할까. 즉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각을 세우고 '나는 이재명과 무엇이 다르기 때문에 저 당에서 나왔다'는 당위성을 역설해 민주당 지지자들을 빼앗아와야 한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빼앗아올 수는 없다. 이낙연 신당의 기세가 좀 깎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 다음은 사법리스크다. 총선 전에 선거법 같은 경우 1심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 최병천 = 이낙연 신당과 원칙과상식의 탈당 명분에는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시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분적이다. 한 1~2주 정도뿐으로, 총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전은요?" 발언은 선거가 아주 가까운 시기에 있었다. 이번에는 총선까지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그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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