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반려견 복제' 논란…"체세포 보관 문의만 年수백건"
떠나보낸 사랑하는 반려견이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방법이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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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세포 보관 업체 “펫로스 회복에 기여…5년간 7건 복제”
티코의 체세포 채취·보관을 진행한 국내 K사 대표 A씨는 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체세포 보관 문의만 1년에 수백건씩 들어온다”며 “실제 체세포 보관을 의뢰하게 되는 경우도 연 50~60건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반려견을 잃은 적지 않은 견주들이 복제를 위한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복제는 반려견의 피부조직에서 체세포 핵을 채취해 냉동보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부분 사후에 채취 요청이 들어오지만, 일부는 살아있을 때 미리 채취한다고 한다. 이후 복제 시기가 다가오면 다른 개의 난자를 채취해 핵을 제거하고, 반려견의 체세포 핵으로 치환한다. 이를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의 자궁에 착상시켜 복제견을 탄생시킨다. 세계 최초의 동물복제인 ‘복제양 돌리’와 유사한 방식이다. K사는 일련의 과정에서 체세포 채취·보관만 진행하고, 반려인이 실제 복제를 원하는 경우 업체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필요 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실제 반려견 복제를 진행하는 경우는 1년에 1~2건 수준이라고 한다. 민간 대상으로 상용화를 시작한 5년 전부터 지금까지 7건의 반려견 복제가 이뤄졌다는 것이 A씨 설명이다. 그는 “반려견을 잃고나서 당장은 복제가 힘들더라도 일단 체세포 보관부터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종적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견주들만 실제 복제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A씨는 반려견 복제가 펫로스에 힘들어하는 반려인들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복제를 하지 않더라도 체세포 보관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펫로스에 따른 상실감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보호법상 동물실험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 “다른 개들이 고통…법 사각지대 해소해야”
반면 동물보호단체에선 복제 행위 자체가 생명윤리에 반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마리의 반려견을 복제하기 위해 난자를 채취당하고 대리모 역할을 해야 하는 더 많은 개들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는 “대리모 역할을 하는 개는 공장처럼 계속해서 새끼를 낳아야 하다 보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보살펴지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랑하는 반려견의 체세포만을 공유하는 존재를 갖기 위해 다른 존재에게 무한한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복제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 티코의 복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업체인 L사는 홈페이지 FAQ(자주 묻는 질문)를 통해 ‘복제한 강아지가 이상이 있을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에 ‘복제로 태어난 강아지가 고객에게 납품됐을 때, 복제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의 의사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해드린다’고 답변했다. 상품처럼 ‘회수’된 강아지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L사 측에 관련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반려인구 증가와 함께 이전에 없던 ‘반려견 복제’에 대한 수요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는 현행법이 미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사업과 관련해 생산·수입·판매·장묘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복제에 대한 상업적 이용을 규제하는 내용은 없다.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현행법으로 복제 행위를 직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동물복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법 위반이 없었는지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미 현실이 된 동물복제 상용화를 놓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동물보호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반려견 복제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확인하고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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