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승객에... 출동 경찰이 버스비 대신 입금한 '황당' 사연

박승일 2024. 1. 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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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본인 잘못인데도... '요금 받아달라', '집에 데려다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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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기자]

▲ 버스 정류장에 정차중인 버스 글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 박승일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이다. 며칠 전 112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버스 승객이 기사에게 계속해서 시비를 걸고 운행을 방해하고 있어 출발을 못하고 있다'는 버스 기사의 다급한 신고였다.

필자는 지구대 소내에서 일반신고 접수와 112신고가 지령되면 현장에서 근무 중인 순찰차에 무전으로 출동을 지시하는 상황근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112신고를 접수하고 발생 장소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중이던 순찰차를 현장으로 출동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무전으로 전파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상황을 파악해보니, 상황은 이랬다. 정류장에 정차 후 출발하는 버스가 출발했는데, 때마침 늦게 온 승객이 버스를 타기위해 차도로 내려와 달려가며 버스의 뒤쪽을 손으로 친 것이다. 이에 놀란 버스 기사는 차를 멈추고 일단 해당 승객을 태운 뒤, 승객에게 "버스가 출발한 상황에서 탑승하려고 무리하게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말했단다. 그러자 승객은 화를 내면서 버스기사에게 계속해서 반말로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경찰관들은 먼저 버스기사의 처벌 의사를 묻고, 다른 승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문제가 된 승객은 하차시킨 뒤 버스를 출발시켰다. 상호간에 오해를 풀었다고 하더라도 주행 중인 버스안에서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분리'가 최선의 조치였다.

60대 초반의 남성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무리한 버스 탑승에 대한 위험성과 버스기사에 대한 운행 방해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한 우려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다른 버스를 이용해 귀가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마무리했다.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 승객에게서 걸려온 민원 전화 
  
그러나 20여분 뒤 그 버스 승객으로부터 112신고가 접수되었다. 112신고의 유형은 '코드 0'부터 '코드 4'까지 5단계로 구분된다. 보통 상담전화는 '코드3'로 분리되어 상황근무자가 전화로 상담을 해주고 종결하는 유형이다. 버스 승객의 신고는 민원 상담인 '코드3'였다.

필자가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에 경찰관들이 버스에서 내리라고 해서 내렸는데 이미 자신은 버스 요금을 지불한 상태였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버스 요금을 대신 받아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상당히 일방적일 수 있는 본인의 주장을 10여 분간 충분히 들어줬다. 듣는 내내 다소 황당했다.
 
 자기가 낸 버스비용을 받아달라는 60대 남성 승객의 민원 전화.(자료사진)
ⓒ 픽사베이
 
'솔직히 본인이 처벌 받을 수 있었는데 어찌 이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10(운행 중인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 '대중교통 내에서의 소란, 운행 방해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운전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은 승, 하차를 위해 정류장에 멈춘 버스에서 기사를 때렸다면 특정범죄가중법상 '운전 중'인 운전자를 폭행한 것으로 간주해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반드시 운행 중이 아니고 정류장에 정차 중인 경우에라도, 폭행의 경우 운행 중인 것과 같게 본다는 판결이었다.

이번 신고의 경우에는 모욕적인 욕설이나 협박이 경미하고 버스기사도 처벌 의사가 없어 대상 승객을 하차시키고 현장을 마무리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탑승했을 때 비용을 계산했다가 내렸으니 경찰이 그 비용을 받아내 달라는, 그 남성의 적반하장식 전화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황당한 요구,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10분 넘게 필자는 나름의 이해하기 쉬운 말로 충분히 설명해주고 상담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지구대로 전화가 왔다. "경찰이 버스비용을 받아주지 않을 거면 순찰차로 자신의 집까지 데려다 달라"는 것이다. 단호하게 필자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다른 신고들로 바빠서 끊겠다는 말을하고 전화를 끊었다.

너무 황당했던 필자는 지구대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면서 옆에 있던 후배에게 "다시 전화 오면 그냥 요금 얼마인지 물어보고 비용 이체해주겠다고, 계좌번호 받아 둬"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비웠다. 물론 '설마 그렇게 하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오니 후배 경찰관이 쪽지 한 장을 필자에게 건넨다. "부팀장님, 그분 다시 전화 와서 뭐라고 하시길래... 계속해서 경찰 업무를 방해하시면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계속 전화를 안 끊어 계좌번호 달라고 했더니 진짜로 주던데요"라는 것이었다.

필자가 후배에게 했던 말도 있고, 계좌번호를 받은 것도 있고 해서 어쩔수 없이 직접 '1500원'을 이체해줬다. 그러자 다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 1,500원 계좌 이체 신고자에게 버스 비용을 보낸 것은 '오죽 했으면' 이었다.
ⓒ 박승일
 
최근 버스에 탑승한 승객에게 버스 기사가 "방향이 다르니 다른 버스를 타야한다"고 말하자 퉁명스럽게 말했다는 이유로 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 밖으로 손을 내밀지 말라고 주의를 준 버스기사를 폭행한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기도 했다.

버스는 누구나 이용하는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이다. 버스기사 폭행이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버스 기사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그분도 앞으로 버스기사에게 "타지도 않았는데 왜 출발하냐"는 시비가 아니라 안전하게 버스를 기다리며 탑승해 버스기사에게 "안녕하세요"라며 반갑게 인사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스토리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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