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은 왜, 0.8km거리 펜션에 안 묵었나
[이정환 기자]
부산역,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평산마을, 울산역,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모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범이 지난 1일 충남 아산에서 출발해 하루 동안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숨 가쁜 일정이다. 충남 아산역부터 이들 장소 간 이동 거리를 합산하면 카카오맵 기준 500.9km에 이른다. 동시에 치밀함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1일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2일에는 사건이 발생한 가덕도 방문 후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이 예정돼 있었다. 평산마을 방문은 일종의 사전 답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오는 의문은 이것이다. 500.9km에 달하는 1일 이동의 종착지가 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이었냐는 점이다.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한 대항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는 도보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약 800미터 거리에 있다. |
ⓒ 카카오맵 |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숙박업소를 사건이 벌어진 가덕도 대항전망대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사건 현장에서 차량으로 약 1.5km 거리에 위치한 새바지방파제 근처 숙박업소 2개소, 또한 도보로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약 800미터 거리에도 숙박업소 2개소 등이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 숙박업소들은 '펜션'이라는 상호로 영업하지만 숙박료는 높지 않은 편이었다. A펜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숙박료가 5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손님으로는 꽁치 낚시하는 분들이 많이 온다"며 "단골들이 많아 숙박료를 올리기 어려워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숙박료 부담으로 인해 가덕도가 아닌 다른 곳을 숙박지로 선택했을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새해 첫날이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숙박 예약에 실패했을 확률도 높지 않아 보인다. 숙박료가 7만 원이라고 밝힌 B펜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돋이 보러 오는 경우도 많아 12월 31일 경우에는 손님이 많지만, 1일 당일 오후부터는 예약이 별로 어려운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일 사건 발생 시각은 오전 10시 27분 경이었다. 범행 장소와 가까운 곳에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들이 있음에도 김씨가 그보다 훨씬 먼 용원동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만큼, 김씨가 숙박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 6일 <헤럴드경제>는 "김씨가 범행 전날(1일)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앞으로 들어서는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7시 57분께 모텔 맞은편 도로에서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내렸고 차량은 김씨를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났다"고 전했다. 보도화면 캡처. |
ⓒ 헤럴드경제 |
김씨의 숙박지 이동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6일 <헤럴드경제>는 "피의자 김모씨가 범행 전날 모텔 앞에서 의문의 차량에서 내린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인근 모텔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김씨 모습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1일 오후 7시 57분께 모텔 맞은편 도로에서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내렸고 차량은 김씨를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났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부 매체들은 "처음 만난 이 대표 지지자의 차를 타고 왔다고 김씨가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충남 아산에 거주한 김씨가 부산 지리에 어두워 이 대표를 응원하러 온 다른 지지자를 만나 차를 얻어 탔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공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경찰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범행 전날 500km를 넘는 동선을 계획하고 이를 치밀하게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도 정작 다음 날 사건 현장으로 이동할 숙박지 선택이 허술해 보이고, 게다가 이동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를 만나는 '우연'까지 더해졌다는 추정 역시 아직까지는 설득력이 낮다.
현재까지 김씨의 정신병력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 김씨가 8쪽짜리 이른바 '변명문'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범행 전날 동선에 대한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철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피습 피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 연합뉴스 |
김씨는 범행 당시 범행 동기와 심경을 적은 '남기는 글'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대표를 왜 공격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극단적 정치 성향의 유튜브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다. 김씨가 이와 같은 유튜브 애청자였다는 점과 관련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수법적으로 분명히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유튜버들이 에너지를 줬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왜냐하면 그래도 된다. 이게 이제 지금 누구를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게 계속 들었으니까, 그걸 듣는 만큼 계속 각성이 되는 거죠. (어느 정도 수위의 내용이 나오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진짜로, '어떻게 어떻게 죽여야 된다', 이런 거 다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대구를 방문하면 해치겠다는 취지의 협박 전화를 한 사람이 경찰에 검거된 사실 또한 6일 알려진 상태다. 그는 112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총선에 이재명 대구 오면 작업한다"고 하고 끊었다고 한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방송에서 '언론이 앞다퉈 김씨의 일상을 보도하는 것이 김씨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진행자 질문에 "에너지가 막..."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를 살해하려 한 습격범 진술에 의존하지 않는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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