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지침? '김건희 방탄'보다 '북풍' 택한 KBS와 보수신문 [까칠한 언론비평]
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KBS 9시 뉴스는 지난 5일 북한 포격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
ⓒ KBS 갈무리 |
지난 5일 <KBS 9시 뉴스>의 첫 꼭지는 '북한 포격'(북한, 오늘 오전 서해상 포사격 훈련…주민 긴급 대피)이었다. 이날 박장범 앵커의 첫 멘트는 "한반도의 평화 상태를 깨기 위한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차 대담해지고 있는데 오늘은 북한 군이 서해상에 200여 발의 포 사격을 실시했습니다"로 시작했다.
이날 <KBS 9시 뉴스>는 북한 도발과 관련해 군의 대응, 주민들 대피 상황, 북한의 노림수와 향후 도발 가능성 등을 상세 보도했다. 북한 관련 보도만 무려 5꼭지에 달했고,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관련 보도도 추가적으로 이어지면서 '북한 위협'을 부각시켰다.
뒤늦게 등장한 김건희 특검(쌍특검) 거부권 행사 보도(윤 대통령 '쌍특검 법안' 재의요구권 행사…제2 부속실 설치 검토)는 철저하게 '대통령실' 입장 대변에 초점이 맞춰졌다.
보도는 '특검 법안의 목적은 총선용 여론 조작', '재의 요구는 헌법상 의무',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라는 대통령실 입장과 함께 '제2부속실 설치 검토'라는 대통령실 계획까지 빠짐없이 전달했다. 관련 브리핑을 한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인터뷰 인용 형태로 두 차례나 기사에 등장했다. KBS는 여야 입장을 전달하는 보도(국회로 돌아온 '특검법' 놓고 여야 충돌…재표결은 언제?)를 끝으로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뉴스를 매듭지었다.
▲ 조선일보 6일자 1면 |
ⓒ 조선일보 갈무리 |
<중앙일보> 1면도 북한 도발(북, 서해 200발 포격...군, 두 배로 맞불 응징) 보도가 가장 크게 실렸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보도(김건희 대장동특검법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1면에 있지만,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고, 기사 내용도 '대통령실 입장' 전달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앙>은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보도(여권 제2부속실 설치 준비...특검 민심 달랠지는 미지수)를 5면에도 배치했는데, 기사는 대통령실의 부속실 설치 검토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역할론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대통령실 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신설과 관련해 "한 위원장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한 위원장이 장차 대통령실과 어떻게 조율해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도 썼다. 이날 <중앙> 사설면에 '12층 김여사님'이라는 제목을 단 칼럼이 유달리 눈에 띄었는데, 김건희 여사가 아닌 새벽 출근하는 서민들의 이야기였다.
<동아일보> 1면 역시 북한도발(북, 서해 200발 포격도발...군 400발 응징) 보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건희 특검 거부권 행사 소식은 1면 하단에 배치(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내주 착수...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했는데, 이 기사 역시 대통령실의 향후 계획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들 신문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에 따른 수습책이 필요하다면서도, 민주당을 향해선 "노골적인 총선 전략"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눈에 띄는 지점은 북한 도발을 1면에 대대적으로 다뤘던 <조선>과 <동아>가 김건희 특검법 거부와 관련된 사설을 최상단에 배치하고, 북한 도발 사설은 하단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중앙>은 아예 북한 도발과 관련된 사설을 싣지도 않았다.
<조선>은 이날 사설(한 위원장이 책임지고 특별감찰관 임명, 총선 후 특검 추진을)에서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의 노골적인 총선 전략"이라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민에게 비난을 받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썼다. 이어 "국민의힘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라며 "한 위원장이 민주당 상관없이 국민의힘 차원에서의 특별감찰관 추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도 사설(반대 여론 무릅쓴 거부권, 민심 수습책 나와야")에서 민주당이 권한쟁의 심판 청구 추진하겠다는 사실을 두고, "반사 이익을 노려보려는 정략적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선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대통령실과 코드를 맞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미중 대리전에서 승리한 미국'? 언론들은 틀렸다
- '윤석열 세계관'의 종말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
- 김경율 낙하산 공천에 마포을 당협위원장 "한동훈, 기본이 안됐다"
- 샤워기 물도 고통스러웠던 시간... "진짜 애도 가능하려면"
- 최강욱, 무죄 → 유죄 뒤집혀... "기자는 공인 아니다"
- 경찰 발표만 받아쓴 언론... '이재명 테러' 보도 유감
- 2011년식에 23만km 달린 차, 그래도 못 바꾸겠습니다
- 영정 든 유족 또 거리로... "이태원 특별법 거부? 정말 비정상적 상황"
- 이재명 "법·펜·칼로 죽여도" 발언에 한동훈 "그 정도면 망상"
- "'서울의 봄'은 영원히 오지 않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