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최대 70조 부실 우려…부실사업장 정리 필요"

한진주 2024. 1. 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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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대출 잔액 130조원 중 부실 가능 규모 70조
대다수 사업장 올해 준공, PF 채무이행 집중돼
"위기 사업장 수익성 높일 지원 장치 마련해야"

부동산 PF 대출 잔액 130조원 중 부실 규모가 최대 7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수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거시경제로 전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사업성을 제고하고 부실 사업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주요 신용평가기관과 정부 발표 등을 종합하면 지난해 국내 부동산 PF 대출 잔액 규모는 130조원이며 이중 브릿지론이 30조원, 본 PF는 10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건산연은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 다룬 PF 만기연장비율은 브릿지론 70%, 본 PF는 50%정도로 예상되며, PF 최대 부실 가능 규모는 70조원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분양 대금이나 토지 공매 등 회수금액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예상치라는 점을 전제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자 설명회를 마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설명회에서 경영진의 실책을 인정하고, 워크아웃 동의 등을 요청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구안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부동산 시장 회복 지연 땐 부실 규모 예상보다 커질수도"

건산연은 "부동산 시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향후 부실 발생규모는 예상보다 매우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만기가 연장된 PF건들이 고금리, 공사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줄어든데다 시장 침체로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사업장들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발 신용 경색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다수 사업장에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내내 PF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2023년 중순경 대형 건설사와 계열사, 정책금융기관의 신용 보강을 토대로 일부 우량 사업장에서만 PF 공급이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신규 PF 대출은 거의 중단됐고 공급여건까지 나빠지면서 잠재적인 부실 규모는 확대됐다.

지난달 정부가 부실 사업장에 대한 정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PF 공급은 다시 위축됐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에 나서자 유동성 리스크가 있는 건설사들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다수 PF사업장들이 올해 준공을 앞두고 있어 PF채무 이행 청구가 기간 중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점으로 꼽힌다.

건산연은 "대출상환 청구가 본격화될 경우 다수 건설사가 부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부도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던 여러 사업장이 연쇄 부실화되면서, 적지 않은 수의 금융기관들이 동반 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부실사업장 정리, 부실규모 줄여야 …세제·금융지원 필요"

PF 부실 위기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사업성을 제고하는 한편 부실사업장을 서둘러 정리해 부실 규모를 줄여야한다고 건산연은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태영건설이 참여한 60개 PF 사업장 중 일부를 공·경매나 분양보증 이행으로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는 금융권 입장에서는 손실에 노출될 수 밖에 없고 향후 중소·중견 건설사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건산연은 위기 사업장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지원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시장의 자율적 판단을 유도하고,부실 판정 사업장에 대해서는 신속히 정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산연은 "대출 만기가 연장된 사업장은 분양이나 매각에 실패한 경우여서 그 자체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세제와 금융지원,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을 통해 사업성을 높여 부실 규모를 최대한 축소해야한다"고 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대주단이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사업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업장은 PF정상화지원펀드와 국토부의 '토지은행' 등을 활용해 신속하게 정리하도록 유도해야한다고 건산연은 설명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신용평가사들이 일부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잇따라 제시하면서 롯데건설과 동부건설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동부건설의 작년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 규모는 4189억원이지만 현금성 자산은 583억원에 그쳤다. 동부건설은 "해외 현장의 공사대금과 준공 현장 수금, 대여금 회수 등을 통해 지난해 4분기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며 "3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일부 감소한 것은 금융 비용 절감을 위해 만기가 도래한 높은 금리의 채무증권 상환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도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PF 우발채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며 자금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2000억원 중 2조4000억원은 이달 중 시중은행과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 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할 예정이며, 나머지 8000억원도 1분기 내 본 PF 전환 등으로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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