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하면 남 좋은 일만"…'류호정 징계' 딜레마 빠진 정의당
정의당이 신당 ‘새로운 선택’ 합류를 공식화한 류호정 의원의 징계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달 17일 류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규정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어 열흘 뒤인 지난달 27일에서야 당의 공식 기구인 ‘중앙 당기위원회’가 소집돼 제소자인 비대위로부터 사실관계 소명을 받았다. “패스트트랙 징계”(김준우 비대위원장)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느린 징계 시간표에 대해 당 관계자는 “류 의원의 반론 권한이 있어 철저히 비공개일 뿐이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징계 결과에 따라 류 의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영입 실패 인정
정의당은 21대 총선 3개월 전인 2020년 1월 전국위원회를 열어 청년 후보들을 당선 안정권인 기호 1·2번에 포함시키는 ‘비례대표 후보 선출 방침’을 의결했다. 이에 당시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선거 결과 19위였던 27세의 류호정 후보가 비례대표 1번으로 전진 배치됐다.
지난달 14일 김준우 비대위원장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비례대표 1번 의원의 정치적 선택으로 인해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서 정의당의 당적 책임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당시 지도부를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류 의원이 의원직에 연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쉽게 묵과할 수 없다”고 중징계를 시사했다.
정의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류 의원에게 의원총회 등 당의 일정에 일절 참여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며 “어떤 징계 결과를 내놓든 국민에게는 ‘누워서 침 뱉기’하는 것처럼 보일 게 뻔하다”고 밝혔다.
비례 승계 문제
정의당이 류 의원의 징계 수위를 ‘제명’으로 결정하게 되면, 류 의원은 무소속 의원이 된다. 이렇게 되면 당은 1석을 잃은 5석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 만약 류 의원이 1월 30일(국회의원 임기 만료 120일 전) 전에 스스로 탈당하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정의당의 비례대표직 승계가 가능하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2월 이후 탈당을 하시게 되면 오히려 신생 정당에도 이미지가 안 좋을 것이다”고 압박했다.
다만 의석수가 바뀌어도 정당 보조금의 차이는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보조금은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은 차이가 없다”며 “6석의 정의당이 당장 류 의원을 제명해도 보조금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장 제명해도 재정상태나 정치 활동에 손해가 가는 건 없다”면서도 “공당인 우리가 굳이 제명해줌으로써 류 의원을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지난달 29일 JTBC에 출연해 “1월까지 탈당은 없다. 당에서 노선 경쟁을 하겠다”고 일축한 바 있다. 류 의원은 14일 열리는 당 대회와 이후 당원 총투표 과정에서 ‘진보 연합신당’이 아닌 ‘제3지대 신당’ 노선으로 당원들을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이슈 메이커 증발
소신대로 움직이는 류 의원의 영향력도 정의당에게는 고민거리다. 실제로 류 의원은 ▶타투 퍼포먼스 ▶국회 본회의 원피스 출석 등의 행보로 국회에서 ‘이슈 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다. 대리 게임 논란 등도 있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 ‘조국 사태’ 비판 등 당과 반대되는 소신 행동을 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정의당의 한 보좌진은 “류 의원의 비호감도가 높지만 만약 사라지면 정의당 정책은 더 주목받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류 의원이 ‘계륵’같은 존재지만 끝까지 설득해 당을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나을 것”고 했다. 정의당 사정에 밝은 한 민주당 관계자도 “결국 제명은 못하고 당원권 정지와 같은 탈당 압박 수준에 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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