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꿈꾸는 LG, 넥스트 고우석은 누구인가
[이준목 기자]
2024시즌 구단 역사상 첫 2연패를 노리던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가 새해 초부터 주전 마무리의 이탈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고우석이 최근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입단이 확정되면서 LG는 새로운 마무리를 발굴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고우석은 2019시즌부터 LG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하면서 통산 139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최고의 클로저로 성장했다. 2023시즌에는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한국시리즈 4경기 4.1이닝 1승 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8.31로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V3을 확정한 5차전 우승 확정의 헹가래 투수는 고우석의 몫이었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 절차를 통하여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일찌감치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체결한 처남 이정후와 달리, 좀처럼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국내 잔류로 기우는 듯 했으나 포스팅 마감 시한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계약이 급진전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물론 포스팅비용으로 약 9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에 불과한 몸값은 LG 구단 입장에서는 아쉬운 조건이었지만, 선수의 강력한 의지를 존중하여 대승적으로 이적을 허용했다.
LG가 2023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팀 평균자책점 1위(3.67)를 기록했던 두터운 마운드였다. 2024시즌 선발진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주역 투수 케이시 켈리를 비롯하여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최근 두 시즌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한 좌완 디트릭 엔스를 영입했다. 여기에 FA 자격을 얻은 임찬규가 4년, 최대 50억원의 조건으로 팀에 잔류했다. 최원태와 김윤식·손주영까지 포함하여 6선발 체제도 가능할만큼 올해도 풍부한 뎁스를 갖췄다.
다만 임찬규의 꾸준함과 최원태의 부활 여부가 변수다. 임찬규는 지난해 30경기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로 데뷔 이후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 정도의 성적을 재현할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위한 퍼즐로 시즌 중반에 합류한 최원태는 LG에서는 9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6.70에 그치며 크게 부진했다.
더 큰 문제는 불펜진이다. 고우석 외에도 이정용이 상무에 입대하고 정우영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초반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불과 1년전 개막 엔트리에 들었던 주축 필승조 3인방이 한꺼번에 모두 사라졌다. 특히 5년간 고우석이 지켜온 부동의 마무리 자리를 누가 메울지가 관건이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신년인사회에서 놀랍게도 풀타임 2년차인 유영찬을 차기 마무리 후보 1순위로 거론했다.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 43순위로 LG에 입단한 유영찬은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해 6승3패 1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4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kt 위즈의 한국시리즈에서는 3경기 6이닝 평균자책점 1.50이라는 기대 이상의 맹활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영찬은 150km대의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구속과 경기운영은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또한 마무리 투수의 필수 덕목인 강인한 멘탈과 배짱에서도 코칭스태프에게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브 경험은 부족하지만 LG로서는 고우석의 사례처럼 한 두시즌만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영찬을 마무리투수로 꾸준히 육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설사 유영찬이 다음 시즌 초반 고전하거나 마무리 보직에 안착하는데 실패한다고 해도 대안은 있다. 김진성과 함덕주는 이전 소속팀에서 주전 마무리까지 맡아본 경험이 있는 자원들이다. 투수진 맏형인 김진성은 통산 38세이브를 기록했으며 NC 다이노스 시절인 2014시즌 25세이브를 올렸다. LG에서는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며 2023시즌에는 무려 80경기에 출전, 5승1패 4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8을 기록했다.
함덕주도 프로 통산 11시즌 동안 59세이브를 수확했다. 두산 시절에는 2018시즌 커리어하이인 27세이브를 기록한 것을 비롯하여 3년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LG에서 2023시즌에는 4승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했다.
여기에 박명근과 백승현, 부상에서 돌아올 정우영도 잠재적인 마무리 후보가 될 수 있는 자원들이다. LG는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까지 최소 6인에 이르는 필승조를 확보하고 있다. 이중 베테랑 김진성을 제외하면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의도했던 상황은 아니지만 LG는 2023시즌 초반에도 고우석의 부재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당시 고우석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음에도 LG는 여러 불펜투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며 1위 자리를 수성해냈다. 염경엽 감독이 2023시즌의 다사다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고우석의 공백에도 2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다.
해태, 삼성, 현대, SK, 두산 등 역대 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지배한 강팀들에게 '왕조'를 가늠하는 기준은 연속 우승이었다. LG는 1990년, 1994년, 2023년, 총 3번의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연속 우승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LG 김인석 대표는 신년인사회에서 "지난해 통합 우승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자만하지 말고 LG의 역사에 큰 획을 긋자"라고 당부하며 2연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29년 만의 우승이 LG에게 안겨준 진정한 선물은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의심을 극복했다는 데 있다. 통합우승을 통하여 우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면, 올해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왕조 건설이라는 또다른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고우석의 공백은 사상 첫 2연패와 왕조를 꿈꾸는 LG에게 던져진 올해의 첫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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